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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의 이유는 대체로 학업 아니면 취업이겠다. 전부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나 많은 자취 생활자가 주기적으로 경험하는 일 중 하나란, 부모님의 택배, 정확히는 엄마가 보낸 택배를 받는 일이다. 지방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나온 뒤 대학생이 되어 서울에 왔다. '엄마의 택배'와 내 인연은 그래서 스무 살 때부터 시작되었다. 처음 몇 년은 기숙사에 살았다. 기숙사 안에 컵라면 자판기도 있고 사생 전용 식당도 있었지만 엄마 눈에는 그걸로 충분하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기숙사에 짐을 풀고 '서울 라이프'를 시작한 얼마 뒤 불쑥 택배가 왔다. 꽤 무거운 박스에 겹겹이 테이프가 붙은 채였다. 엄마의 이름이 '보낸 사람'에 적혀 있었고, 내용물은 각종 과자나 초콜릿 같은 간식들, 그리고 두유였다. '지금쯤이면 아들이 택배를 받았겠다'라고 생각한 엄마의 전화가 날아들었다. "아들 공부할 때 안 지치고 힘내서 잘하라고 먹을 것 좀 넣었어. 기숙사 식당에서 주는 밥 꼭꼭 잘 챙겨 먹고, 책 보고 공부하고 할 때 초코파이 같은 거 하나씩 먹으면서 해." 택배를 받는 주기는 일정하지는 않았다. 한 달 건너 받을 때도 있었고, 두 달일 때도 있었다. 내용물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고 아직 개봉하지 않은 두유 팩들을 창가에 쌓아둔다든가 하는 보관 노하우도 나름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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