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 영화] 10월호 첫 번째 글은 리뷰 - '이티 집에 전화해' 라는 제목으로 영화 <E.T.>(1982)에 대해 썼다.
어떤 영화를 볼까 하고 작품들의 목록을 이것저것 살피다 선뜻 하나를 자신 있게 고르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볼 영화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본 영화들과 아직 보지 않은 영화들을 번갈아 살피며 '오늘은 어떤 세상을 만나볼지 망설이는 것' 정도로 표현해보겠다. 그 망설임의 이유 중 하나는 미지의 세계를 만나는 일의 떨림이 예전보다 약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망설임의 답은 지난 영화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자신의 머리와 마음 안에서 꾸는 꿈을 누군가에게 영상으로, 이미지로 생생하게 보여주는 장인들이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바로 그런 사람 중 한 명인데, 그의 수많은 대표작 중 하나인 (1982)는 아이의 시선으로 낯선 외계 생명체를 대하는 심정이란 이런 것이라고 생생히 말하는 영화다. 이때 '말하는'이라는 표현을 중의적 의미로 강조하고 싶다. 한 가지는 '정말로 발화하는 말'이고, 한 가지는 '말 대신에 보여주는 말'이다.
이 영화는 어떻게 관객을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는가. 제목("Extra Terrestrial')이 말하는 바로 그 외계 생명체는 영화 시작 후 17분간 관객이 볼 수 없다. 어둠 속에서 어떤 형체 같은 것이 짧게 스치듯 눈에 잠시 띄지만, 관객이 보는 것은 'E.T.'(이하 '이티')의 흔적과 반응이다. 이티가 남긴 발자국을 소년 '엘리엇'(헨리 토마스)은 본다. (그리고 관객도 본다.) 인기척이 느껴진 집 앞 창고를 향해 '엘리엇'이 야구공을 던지자, 창고에서 다시 '엘리엇'을 향해 공이 돌아온다. 그렇게 는 미지의 세계를 섣불리 보여주지 않고 관객이 느끼는 궁금증이 고조되었다고 판단하는 바로 그 순간에야 이티의 존재를 꺼내놓는다.
(...)
'1인분 영화 연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1인분 영화] 10월호 03 - 폭력적인 영화는 영화 밖에서도 폭력적인가 (0) | 2019.10.06 |
---|---|
[1인분 영화] 10월호 02 - 9월 4주 영화 통신 (0) | 2019.10.03 |
[1인분 영화] 9월호 12 - 아워 바디: 달리고 있고, 지금 달린다는 사실 자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0) | 2019.09.29 |
[1인분 영화] 9월호 11 - 9월 3주 영화 통신 (0) | 2019.09.26 |
[1인분 영화] 9월호 10 - '애드 아스트라'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0) | 2019.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