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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영화의 제목, '만비키 가족'과 '어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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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영화의 국내 개봉용 선재는 아무리 너그럽게 헤아려도, 썩 마음에 든다고 할 수는 없겠다. 여러 작품의 마케팅을 겪어봤기에 제목부터 문구 하나까지, 고민하고 만드는 과정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선 포스터에는 굳이 칸 영화제 수상 사실을 알리는 문구가 두 개 중복으로 들어가 있고, 전단 뒷면에는 영화 내용 자체보다 칸 영화제 수상 사실 자체만을 1/3 이상 이미지와 문구로 부각해 놓았다. 내 느낌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물음에 칸이 답했다'라기보다, 그저 감독 자신이 오랜 기간 탐구해왔던 테마가 이 영화에 집약되어 있을 따름이다.(게다가 '2018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자막이 영화의 시작 지점에도 들어가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싹쓸이한 영화도 영화가 시작할 때 굳이 그 사실을 적시하지는 않는다. 칸과 달리 오스카는 그 로고나 엠블럼 같은 것이 영화에 삽입되지 않지만 말이다.) '만비키'(도둑)라는 단어가 영화의 제목에 들어감으로써 지니게 되는 특별한 의미를 '어느 가족'이라는, 이 영화만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조금도 담지 못하는 무미한 제목으로 퇴색시킨 것도 아쉽다고 할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에는 수긍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정도 되는 감독의 영화는 어차피 관객들이 알아서 보게 되어 있고, 지금 같은 시기라면 상업영화 한두 편만을 찾아볼 관객의 눈에는 이 영화가 들어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금도 어떤 인상을 심어주지 않는 제목은 '도둑'이라는 말의 부정적인 어감을 감안하더라도 영화의 흥행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만비키 가족'이 어땠을까 싶은 것이다. 영어 제목을 그대로 살린 외화 제목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만비키'라는 단어는 적어도 궁금하게라도 만들 수 있으니까. 물론 사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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