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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영화 연재

[1인분 영화] ‘내 몸이 사라졌다’ – 감각의 기억 (중)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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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결국은 잘린 ‘손’. ‘나우펠’의 손이 어떤 일로 잘리게 되는지를 생각하는 것보다 <내 몸이 사라졌다>에서 더 생각하게 되는 점은 바로 그 ‘손’이 잘려나간 어떤 운명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피아니스트와 우주비행사를 동경하며 세상 수많은 소리들에 호기심을 갖고 있던 소년이 희망 없이 무기력하게 피자 배달 일을 하게 되는 게 대단한 운명의 장난 같은 건 아닐지도 모릅니다. 세상에는 유년의 꿈을 잊거나 포기하고 사는 이들이 아주 많고 그건 그 사람들이 의지 없이 쉽게 꿈을 접어서가 아니라 훗날의 삶에서 각자의 처지와 환경에 맞는 선택과 타협을 했거나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꿈이 바뀌었기 때문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파리 한 마리조차도 쉽게 잡을 수 없는 ‘손’. 모래를 힘껏 움켜쥐면서도 손아귀를 벗어나는 모래들을 바라만 봐야 하는 ‘손’. 그 ‘손’이, ‘나우펠’을 가만히 지켜보고 그의 앞날을 더 이상 쫓지 않고 가만히 응원하는 일이 <내 몸이 사라졌다>에서는 일어납니다. 몸이 사라진 게 아니라 희망 자체가 사라져버린 게 아닐까 싶은 소년의 무기력함 뒤에서, 유년의 꿈을 상기시키며 앞날이 반드시 어둑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마음으로요. 비 온 뒤 푸른 빛을 찾은 하늘을 올려다보면, 지난 꿈 하나가 구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7월호 다섯 번째 글은 '감각의 기억'(중)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내 몸이 사라졌다>(2019)에 관해 네 번째 글과 이어지는 글을 썼다.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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