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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영화 연재

[1인분 영화] ‘먼 훗날 우리’ – 주동우라는 모든 얼굴들과 나 (중) (2020.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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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좁은 단칸방에서, ‘린첸징’이 노트에 초안으로 쓰고 그리는 중인 게임 시나리오 뭉치를 보며 ‘팡샤오샤오’가 자기 의견을 덧붙이는 장면이 있습니다. 약간의 생동감을 위해 해당 대화를 옮겨봅니다. 진하게 표시한 게 ‘팡샤오샤오’ 쪽이고요.

“남자 캐릭터 이름은 이언.”
“그럼 여자는 켈리겠네. (…) 근데 왜 이렇게 줄거리가 평탄해? 처음부터 끝까지 행복하기만 하잖아.”
“불행하면 우여곡절이 생기지.”
“우리는 우여곡절이 없으면 좋겠다.”
“그러게.”
“잠깐, 궁금한 게 있어. 이 게임 속에서 남자가 여자를 못 찾으면 어떻게 돼?”
“이언이 켈리를 끝내 못 찾으면 세상이 온통 무채색이 되지.”

이 대화 직후에 영화는 다시 2018년 현재 시점의 흑백(무채색) 장면으로 전환돼 마치 대화가 위의 ‘린첸징’의 말로 마무리된다는 점이 가슴 아리게 다가오는 점도 있습니다만, 저는 주동우의 얼굴과 그의 연기 방식이 위와 같은 대화의 감정 흐름에 아주 최적화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감정에도 맥락을 부여할 수 있는 능력. 예컨대 우리 사이에 우여곡절, 즉 불행 없이 앞으로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갑자기 하면 경우에 따라 그 맥락이 부자연스럽거나 돌출된 인상을 줄 수 있고 이런 일상적인 대화에 소위 ‘명대사’ 스러운 말이 포함돼 있으면 그걸 살리기 더 쉽지 않은데, 여기서 주동우의 표정과 발화는 그 모든 것을 설득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소년시절의 너>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먼 훗날 우리>에 한층 깊이 담겨 있어요.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7월호 열세 번째 글은 '주동우라는 모든 얼굴들과 나'(중)라는 제목으로 넷플릭스 영화 <먼 훗날 우리>(2018)에 관해 썼다.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8월호 구독자 모집은 7월 31일까지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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