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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유튜브 '팝콘각' 영화 <올드>(2021)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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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ee dead people.” <식스센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2년의 공백기를 깨고 관객과 만납니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스릴러 영화들은 다 오리지널 각본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그래픽 노블 원작이 있습니다. 판권을 자기가 산 거고요, 어떤 일로 인해 인물들의 삶을 하루로 줄여버린다는 설정 자체가 전에 없던 새로운 종류의 공포감을 자아내는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서 <겟 아웃>이라든지 <미드소마>라든지, 그간 우리가 익숙하게 봐왔던 호러나 스릴러의 공식이나 전형을 깨는 독창적인 작품들이 많이 나왔는데, 이번 <올드> 역시 그런 작품들과 궤를 같이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공포영화를 정말 못 보는데(여고괴담이랑 랑종을 못 다루겠어요..) 딱 요 정도(?)까지 아주 잘 봅니다. 영화 줄거리 확인하시겠습니다.

1.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샤말란 감독은 인도계 미국인 감독입니다.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고 원래 의학을 공부하다가 영화로 전공을 돌렸다고 하는데요. 샤말란 감독의 영화는 항상 외계인, 초능력, 유령 등 초현실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하며, 드라마의 호흡이 굉장히 긴 편이죠.
감독 자신이 카메오로 한 번씩 출연하는 것도 특징이고요. 그냥 얼굴만 비추는 게 아니라 크고 작은 조연으로 역할을 합니다. <싸인>에서는 주인공의 아내를 차로 죽인 사람으로 나오고 <빌리지>에서는 마지막의 신문 읽는 감시원, <레이디 인 더 워터>에서는 주인공의 아파트 입주민으로 나온다. 출연료도 아끼고 일석이조죠. 동양적이라고 하면 편견일 수 있겠지만, 여하튼 할리우드에서 보기 힘든 자신만의 색깔이 확고한 감독입니다.


이번 <올드>는 예외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을 자신이 살아온 곳인 필라델피아에서 찍어왔다는 것도 특이한 요소인 것 같고요, 요즘 여러 감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90년대 말에 이 스릴러 장르의 문을 연 대표적인 감독 중 한 명으로 샤말란의 이름을 거론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들어서 흥행 파워가 강한 것도 아니고 작품 기복이 좀 있지만, 그래도 오스카 후보에 두 번이나 오른 실력파 감독이란 말이죠.


근데 이분이 컨디션(?)이 좀 오락가락 하셔요.
<식스센스> <언브레이커블> <싸인> <빌리지> 옛날 샤말란 감독 영화 팬들이 많죠. 세기말 SF감성이라는 게 있었고요. 또 샤말란=반전이잖아요. 거의 뭐 반전에 대한 강박이 있을 정도인데 노이로제 걸리겠어. <유주얼 서스펙트>와 쌍벽을 이루는 영화 <식스센스>로 단숨에 헐리우드에서 주목을 받게 되고요. '식스센스급 반전'이라는 표현의 효시가 됐잖아요.
이후에 <라스트 에어벤더> <해프닝> <애프터 어스> 등 흥행 참패를 겪고 슬럼프에 빠집니다. 요즘엔 워낙 반전은 필수라... 지금 <식스센스> 보면 반전 스포일할 수 있는 사람 꽤 많을 겁니다. 언제적 샤말란이야 막 이런다고. 그랬던 샤말란 감독은 <더 비지트>라든지 <23아이덴티티> <글래스>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 이번 신작에서 완벽한 재기에 성공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요즘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호러 명가죠, 제작자 제이슨 블룸이 세운 블룸하우스와 같이 협업해서 나왔던 작품이 <더 비지트>였어요. 이전 작품들도 그랬지만 특히 윌 스미스 부자랑 같이 만들었던 <애프터 어스>가 아주 여러 의미로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커리어 면에서 우려가 좀 있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2015년도 이후의 작품들이 흥행 면에서 편차가 있긴 하지만 영화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들이 많아지고 있었어요. 이번 작품이 다시 샤말란 감독의 전성기를 열어주는 그런 의미 있는 작품으로도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2. 시간의 이미지


영화의 원작이 있습니다. 2013년 나온 단편 그래픽 노블 <샌드캐슬>인데요. 프랑스 오스카 피에르 레비의 작품이죠.
원작은 30분마다 4년의 시간이 흐르는 기괴한 해변에 가게 된 사람 13명이 그곳을 빠져나오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는 설정의 이야기입니다. 


네 일단 원작이 단편이다 보니 직접 비교를 하진 않아도 될 것 같고 샤말란 감독의 상상력과 연출력이 더 돋보이게 될 것 같습니다. ‘올드’라는 영화의 제목이 소재를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해볼 만한 여지를 주는 것 같은데요, 시간이 흘러간다는 건 우리 인간이 모두 가지고 있고 피할 수 없는, 타고난 속성 같은 것이잖아요? 늙는다는 것과 그 끝에는 죽음이 있다는 것. 인생 자체를 모래시계 안에서 위에 있던 모래가 아래로 다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듯이 축소해서 그걸 스릴러 장르로 소화했다는 발상 자체가 독특하다고 느껴집니다.


영화 속에서 시간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장면이나 소재들이 많이 눈에 띄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카메라를 디지털로 촬영하지 않고 35mm 카메라로 찍었다는 건데 정말 올드한 느낌을 주려고 한 것일지? 싶기도 하고요. 이미 영화 포스터부터가 남다르잖아요. 'It's a only matter of time' 그것은 시간문제다 라는 것이 캐치프레이즈고요.
포스터 자체가 사람이 모래 알갱이로 표현되는 거대한 모래시계인데 모래시계의 이미지가 모래사장의 모래성(원작의 제목이죠)의 이미지와 겹치면서 하나의 거대한 시간을 시각화하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네, 시간을 시각화 한다는 기자님의 표현도 인상적인데요, 예고편을 보면 가족들이 여행사 차량을 타고 해변에 놀러 오잖아요. 이 바닷가 자체가 우리가 떠올릴 만한 그런 휴양지의 이미지는 아니에요. 모래 색상도 그렇고 풍경으로 보이는 절벽의 색상도 그렇고, 물도 뭔가 색깔이 좀 진해보이는 느낌이라고 그럴까요? 막 까마귀도 날아다니고, 이거 막 여행사가 알고 보니 초자연적인 음모로 사람들을 늙게 만들어버리는 뭐 그런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시각화라고 하니까 이 영화가 서사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이미지로 어떻게 관객들에게 근원적인 공포를 주는지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말씀해주신 그런 점에서 저는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을 많이 떠올렸는데 연출 하나만으로 그 장면 속 분위기는 물론이고 공기의 냄새와 흐름까지 느끼게 되는 것 같잖아요. 기이한 일이 금방이라도 벌어질 것만 같고요. 그러고 보면 히치콕도 그렇고 샤말란의 영화도 그렇고 영화의 도입, 그러니까 차를 타고 해변에 놀러 오는 것부터가 마치 이 영화에서 행해지는 거대한 의식과도 같은 느낌을 주는 거 같습니다.

3. 왜 '늙음'일까?


샤말란 감독은 상상력부터 남다르기도 하지만 항상 기이한 자연현상에 착안해서 공포감을 주는 영화를 만들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그 자연현상이 바로 나이듦이라는 거죠.
늙는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늙음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싶잖아요. 왜냐하면 늙음이라는 건 곧 죽음과 가까워지는 과정이니까요. 어느새 내가 늙어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깜짝 놀라기도 하는데, 이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을 때 오는 기이한 공포감은 정말 어마어마할 것 같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그 속성을 영화가 여러가지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예고편에서도 보시면 엘리자 스캔런이 연기한 막내 딸이라고 할까요? 급성장해서 갑자기 배가 불러오고 아이를 낳는 장면이 나오죠. 이런 식으로 나이를 먹고 시간이 빨리 간다는 설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해 서늘한 느낌을 준다고 여겨지고,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 포스터를 보면 이 가족들만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래처럼 나와 있잖아요, 그렇다는 건 이 해변이라는 공간이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람의 시간을 빨리 가게 만든다는 것인데 영화 보고나면 막 결말해석, 떡밥 분석 이런 영상들 많이 올라오지 않을까 싶네요.


어찌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당연시 여겼던 것이 공포의 대상이 됐을 때 오는 공포감이 더 셀 것 같은데, 그래서인지 한때 샤말란 감독을 제2의 히치콕에 비유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새>라든지 <하숙인>이라든지 이런 작품들을 보면 영화를 다 보고 영화관을 나왔을 때 비로소 공포가 시작되는 거죠. <올드>는 실체가 있는 대상에서 오는 공포가 아닌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공포 (인간에게 내재된 공포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를 다뤘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것 같네요.


모래성을 해변에서 만들면 그게 하루도 안 가서 파도에 다 휩쓸리잖습니까. 그것 자체가 인간의 삶이 대자연의 관점에서는 한낱 모래알에 지나지 않을 만큼의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고, 말씀해주신 공포가 관객에게 전해지는 방식은 단지 이 ‘노화’라는 소재를 보여주는 것만이 아니라 당장 이 해변에 있는 가족들은 시시각각으로 패닉 상태에 빠질 거 아니에요. 꼬마였던 아들이 몇 분 지나니까 갑자기 장성한 청년이 되어서 나타나고 막내 딸은 갑자기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고, 또 이 가족들만이 아니라 해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어떤 변수가 될 수도 있고요.
또 바닷속으로도 들어가고 어떤 동굴에도 가고 하는데 샤말란 감독에 따르면 원작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을 거라고 했는데, 영화 결말이 아 이거 다 꿈이었어 라든지 아니면 늙었던 게 다시 젊어진다든지 그러진 않을 거 아니에요. 상상도 해본 적 없는 공포스러운 상황에서 혼란에 빠진 이 가족들을 지켜보는 경험 자체가 관객들에게도 상당한 수준의 장르적 쾌감과 동반하는 공포감을 안겨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영화 속에 나오는 ‘파도’의 이미지에 관해서 얘기를 한 적이 있는데, 말씀해주신 걸 듣고 보니 이 영화에서도 파도라는 것이 하나의 거대한 자연의 섭리를 상징하는 것처럼 다가오는 측면이 있네요.

4. 팝콘각


이쯤에서 샤말란의 ‘센스’를 보겠습니다.


그거 아세요? 영화를 보는 동안에도 우리의 시간은 흐르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iXhs3ZjRuQ&t=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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