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에서 이러한 배경은 국제 정체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적극 다루는 데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뒤에서 말할 자동차 액션을 중심으로 한 탈출극을 그려내기 위한 글자 그대로의 배경, 백그라운드에 좀 더 가깝게 느껴지고 나아가 당시 모가디슈를 중심으로 한 소말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내전 상황 또한 어느 정도는 평면적으로 그려지는 듯한데 아마도 상업 영화로서 캐릭터와 이야기의 여러 요소들을 안배하기 위한 것으로 납득할 만하다.
또 하나의 배경은 모로코 현지 로케이션에서 만들어진 프로덕션 자체다. 촬영의 편의나 효과를 위한 인공조명을 최대한 배제한 채로, 장면에 따라서는 촛불 하나에만 의지해야 하는 영화 속 상황들. 그리고 아프리카 특유의 풍광과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의 모습을 스크린에 살려내기 위한 생활양식, 의상, 건축 등에 대한 세밀한 고려가 돋보인다. 1990년대 소말리아의 모습과 유사하고 모가디슈처럼 바다와 멀지 않은 도시라는 점에서 모로코 ‘에사우이라’를 로케이션으로 택했다. <모가디슈> 속 ‘모가디슈’는 모로코가 아니라 소말리아인 것처럼 실감 나는 현지 간접 체험을 제공한다. (물론 이것의 상당 부분은 관객인 내가 소말리아에도 모로코에도 가본 적 없기 때문이겠고 CGV의 3면 스크린 특별관인 ‘스크린 X’ 관람으로 좀 더 현장감과 몰입도 면에서 일반 극장에 비해 수혜를 입었다는 점도 있겠다.)
각 캐릭터에 대해서는 충분히 할 이야기들이 많겠지만 드라마만큼이나 <모가디슈>의 중심이 되는 건 액션 쪽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남북 대사관 사람들 모두 비무장이라는 점이다. 그나마(?) 강 참사관과 태 참사관이 서로 펼치는 육탄전이 있는데 오히려 이 장면은 영화 전체에서는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질 만큼 영화 내내 눈에 들어오는 건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탄을 피하고 이탈리아 대사관에 무사히 도착하기 위한, 차에 탄 사람들의 목숨을 건 운전 자체다. 보호 장비가 없는 데다 반격할 수도 없기에 대사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댄 건 책과 모래주머니 등을 활용해 총격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살아서 봅시다”라며 양측 대사관 사람들은 긴장감 속에 차량에 나눠 탑승한다.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살 사람은 살’기 위해, 한 대사와 림 대사를 중심으로 사람들은 이탈리아와 이집트 대사관 등 외교적으로 취할 수 있는 도움을 최대한 활용해 불편하고도 한시적인 동거를 해야 했다. <모가디슈>의 드라마가 종반에 이르면 어떤 감정적인 여운을 남길 수 있는 건 이 화합에 시간제한이 있다는 점으로 인해서다. 탈출에 성공하면 둘은 서로의 나라로 돌아가게 될 것이고 시간제한이 있다는 건 일이 틀어져 모가디슈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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