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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영화 '나일 강의 죽음'(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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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강의 죽음>의 '에르큘 포와로'는 마치 눈 감고도 (코난에 의해 졸면서) 모든 걸 꿰뚫는 '명탐정 코난' 속 유명한 탐정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모든 걸 한방에 해결하는 인물이 아니다. 영화 속 범죄에는 사랑이라는 테마가 중요하게 개입되는데, '포와로'는 사랑에 대한 자기 경험을 토대로 용의자들의 감정에 대해 추리하기도 하고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영화 속 일련의 사건들의 주변인으로서 직접 발로 뛰며 스카프, 권총 등 단서들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관계된 자들을 한 명 한 명 직접 심문하고 그들의 알리바이를 파헤치며,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되기도 한다. 요컨대 그는 천재적인 두뇌와 예리한 판단력을 앞세워 모든 걸 일거에 해결하는 초월적인 인물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생생히 호흡하는 관찰자이자 안내자로서 움직이는 주인공이다.

셰익스피어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케네스 브래너는 잘 알려진 고전 '덕후'이자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렬한 팬이다. <나일 강의 죽음>을 보고 나면 이 영화의 연출로 누구보다 케네스 브래너가 어울릴 수밖에 없으리라는 점에 수긍하게 되는데, 연출과 주연 모두를 훌륭하게 소화한 그의 스크린 안팎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관객들은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벨기에 출신으로 이라크, 이집트 등 세계 각지를 누비며 자신의 이름을 명탐정으로 세계에 알린 '에르큘 포와로'를 중심으로, <나일 강의 죽음>은 갤 가돗, 아네트 베닝, 톰 베이트먼, 로즈 레슬리, 레티티아 라이트 등 전 세대를 대표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활약 속에 2020년대에도 20세기의 추리극이 여전히 통한다는 걸 증명해낸다. 그건 긴장의 끈을 마지막까지 내려놓기 어려운 서스펜스를 구축해낸 연출과 각색, 호화 여객선 '카르낙 호'로 관객들을 인도하는 실감 나는 프로덕션과 시각 효과, 더불어 묘한 여운을 남기는 엔딩에 이르기까지. 영화 전체의 각 요소들이 조응하여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내게 이 영화는 마치, 우리가 여전히 극장에서 신작 영화를 만나야 한다는 것을 증명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브런치, 영화 <나일 강의 죽음> 리뷰 '미스터리 추리의 교과서 같은 작품' 중에서

https://brunch.co.kr/@cosmos-j/1384

미스터리 추리의 교과서 같은 작품

영화 '나일 강의 죽음'(2022) 리뷰 | *본 글은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내용과 평가를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영화 <나일 강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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