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게 찾아온 혼돈에 뒤흔들리고, 내 손으로 직접 내 인생을 난파시킨 뒤 그 잔해를 다시 이어 붙여보려고 시도하고 있을 때, 문득 나는 이 분류학자가 궁금해졌다. 어쩌면 그는 무언가를, 끈질김에 관한 것이든, 목적에 관한 것이든, 계속 나아가는 방법에 관한 것이든 내가 알아야 할 뭔가를 찾아낸 것인지도 몰랐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가당치 않게 커다란 믿음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자기가 하는 일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전혀 없을 때에도 자신을 던지며 계속 나아가는 것은, 바보의 표지가 아니라 승리자의 표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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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도 메시지가 좋다고 해서 그 작품도 좋은 건 아닌 경우가 많다. 오히려 좋은 의도일수록 그걸 잘 전달하기 위한 작법과 형식의 고민이 필요한데, 책도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아직 절반을 더 읽어야 하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에 비해 (번역서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장르와 형식의 신선함 자체가 이 책을 걸작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느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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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서를 많이 읽은 편이 아니지만 근래의 캐럴라인 냅(<명랑한 은둔자>) 올리비아 랭(<이상한 날씨>), 제시카 브루더(<노마드랜드>) 등을 읽었어서인지 비교는 조금 되는 면이 있다. 몇몇 대목은 원문이 어떻게 쓰여 있을지 궁금한 것도 있고, 서술 방식이나 논리의 흐름으로 본다면 저자의 의도가 전적으로 수긍되는 건 아니기도 해서, 다 읽고 나면 독서기록을 남기기 위해 여러모로 고민이 생길 것 같기도 하다.
룰루 밀러,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지인 옮김, 곰출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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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YES24
‘방송계의 퓰리처상’ 피버디상 수상자 룰루 밀러의사랑과 혼돈, 과학적 집착에 관한 경이롭고도 충격적인 데뷔작!‘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Peabody Awards)을 수상한 과학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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