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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익숙한 교훈도 시대를 초월해 새롭게 전하는 디즈니 어드벤처! <피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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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교훈도 시대를 초월해 새롭게 전하는 디즈니 어드벤처!
<피노키오>

모든 디즈니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볼 때면 오프닝에서 어김없이 만나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성채의 모습을 다들 익숙하게 떠올리시겠지요. 그 대목에서 나오는 음악은 1940년에 만들어진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의 사운드트랙 ‘When You Wish Upon a Star’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만큼 <피노키오>는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상징적인 작품인데 최근 그 유명한 애니메이션이 실사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영화 <피노키오>의 모험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등장인물

피노키오 – 제페토가 소나무를 깎아 만든 꼭두각시 인형. 제페토의 소원으로 살아 움직이게 된 뒤 난생 처음 모험을 시작한다.
제페토 – 피노키오를 아들처럼 대하며 학교에 보내지만, 피노키오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생계를 포기한 채 직접 피노키오를 찾아 나선다.
지미니 크리켓 – 푸른 요정에 의해 ‘피노키오의 양심’으로 임명된 귀뚜라미. 비바람을 피해 우연히 제페토의 집에 들어왔다 피노키오와의 모험을 함께하게 된다.

줄거리: 나무 공예와 조각을 하며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제페토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속에 지내던 어느 날 아들을 닮은 모습의 나무 인형을 만든다. 인형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던 제페토는 인형에게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붙이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소원을 빈다. 제페토의 소원을 들은 푸른 요정은 피노키오에게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일 수 있게 해주고, 집 밖을 나선 피노키오는 교활한 여우 ‘어니스트 존’부터 악덕 서커스단장 ‘스트롬볼리’와 아이들을 오락의 섬으로 유혹하는 ‘마부’ 등에 이르기까지 낯선 위협을 만나고 그런 피노키오를 찾아나선 제페토 또한 폭풍우를 만나게 되는데… 피노키오와 제페토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작품의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니, 가급적 작품을 감상하시고 난 뒤 글을 읽으시길 권해요.

스페셜 리뷰 포인트 1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나선 피노키오의 여정
외면이 아니라 내면의 양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해주는 이야기

<피노키오> 하면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건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모습이 대표적이죠. 그러나 <피노키오>는 단순히 진실한 태도에 대해서만 말하는 작품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조각가 제페토가 처음 피노키오를 만들고 난 뒤, 푸른 요정이 찾아오는 대목을 잠시 떠올려 볼까요.

처음으로 (마치 사람처럼) 살아 움직이게 되자 어리둥절한 채 몸 이곳저곳을 움직여 보는 피노키오에게, 푸른 요정은 말합니다. “제페토와 나는 할 일을 다 했단다. 이젠 너에게 달렸어.” 피노키오에게 푸른 요정은 용감함과 정직함,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에 대해 보여달라며 옳고 그름은 양심이 말해주는 것이라고 일러줍니다. 너무나도 뻔하고 교과서적인 말 같지만, 이는 실제 ‘피노키오’의 영화 속 여정과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집 밖을 나선 피노키오는 제페토의 바람에 따라 학교로 향하던 중, 사기꾼 여우 ‘어니스트 존’과 고양이 ‘기디온’을 만나 꼭두각시 인형극을 하는 ‘스트롬볼리’에게 팔려 갑니다. 이때 피노키오는 인형극을 해서 유명해지면 아빠(제페토)를 기쁘게 해줄 수 있다는 유혹에 넘어가는데, 처음 여정을 시작한 피노키오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만들어 준 제페토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도 숙고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했던 탓이죠.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채 인형극을 하지 않는 시간 내내 피노키오를 새장에 가둬 놓는 악덕한 스트롬볼리의 손아귀에서 피노키오는 자신을 뒤쫓아온 귀뚜라미(그리고 푸른 요정이 ‘피노키오의 양심’으로 임명한) ‘지모니 크리켓’ 덕분에 탈출에 성공하는데요. 이대로라면 무사히 제페토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상황에서 피노키오는 또 다시 아이들을 유혹해 오락의 섬으로 이끄는 ‘마부’ 일행에게 붙잡힙니다. 부모님의 말을 듣지 않거나 마음껏 장난을 치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 아이들이 하고 싶은 무엇이든 허용하는 자유로운 공간인 것처럼 보이던 오락의 섬은 사실 인신매매 조직의 아지트로 아이들을 당나귀로 변하게 만든 뒤 동물 서커스단이나 탄광 등에 팔아넘기는 무시무시한 곳이었습니다. 지미니 크리켓이 피노키오를 구하기 위해 애쓰지만 결국 피노키오 스스로가 위험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었지요.

오락의 섬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돌을 던지며 시계를 깨부수는 모습을 보고서야 피노키오는 제페토가 나무로 만든 시계들을 애지중지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됩니다. 피노키오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거나 유명해지거나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을 만들어 준 아빠인 제페토와 함께하는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걸 상술한 바와 같은 파란만장한 여정을 통해서야 깨닫게 됩니다. 외부로부터의 유혹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피노키오> 속 피노키오의 여정은 단지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소재와 설정에 그치지 않고 용기와 정직, 배려에 관한 보편적인 메시지를 1940년 애니메이션이 그랬던 것처럼 뛰어난 화법과 시각적 볼거리로 전달해 냅니다. 피노키오가 ‘진짜 사람’이 되는지 여부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푸른 요정이 원했던 것처럼 피노키오가 자신의 양심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에요.

스페셜 리뷰 포인트 2 –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삶의 동력을 찾는 제페토의 여정
가족을 잃은 슬픔을 딛고 피노키오를 통해 상실감을 극복하다!

통상 <피노키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피노키오의 여정이 중심이 되지만, 이번 실사 영화 <피노키오>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국민 배우로 손꼽히는 톰 행크스의 가슴뭉클한 연기에 힘입어 피노키오를 만든 아빠 제페토의 여정 또한 비중 있게 다뤄내고 있습니다. 앞에서 피노키오가 오락의 섬에서 ‘시계’를 계기로 제페토를 떠올린다고 언급했는데, 피노키오를 만들기 전 제페토는 갖가지 모양과 종류의 시계를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의 가게를 찾아온 손님들에게는 어떤 시계도 팔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아내가 생전 가장 아꼈던 물건이 시계이기 때문에 말이에요. 피노키오가 푸른 요정에 의해 살아 움직이게 되기 전,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제페토에게는 고양이와 어항 속 금붕어만이 함께였습니다.

피노키오가 살아 움직이게 되자 아들을 새로 얻은 것처럼 기뻐했던 제페토는 무작정 피노키오를 학교에 보냅니다. 피노키오가 돌아오면 저녁을 만들어 먹을 생각에 들떠 있던 제페토는 아무것도 모른 채 난생 처음 세상의 유혹들을 만나게 될 피노키오가 어떤 위험에 처하게 될지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죠. 학교에 간 줄만 알았던 피노키오가 저녁이 되어도 집에 돌아오지 않자, 제페토는 직접 피노키오를 찾아 집을 나섭니다. 막연히 집과 학교 주변을 돌아보지만 피노키오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이때 우연히 만난 비둘기가 피노키오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알려주는데, 그동안 자신이 만든 어떤 시계도 누군가에게 팔지 않던 제페토는 피노키오가 잡혀 갔다는 ‘오락의 섬’에 직접 찾아가기 위해 그 시계들을 전부 팔아 배 한 척을 구입합니다.

우선 시계를 팔아서 배를 샀다는 그 결심과 행동 자체만으로도 제페토가 피노키오로 인해 이전과 달라졌음을 암시하는데요, 직접 만든 나무 공예품들을 판매하는 상점을 운영하고 있음에도 정작 시계만은 어떤 손님에게도 판매하지 않던 제페토가, 다름아닌 자신이 가장 아끼는 시계들을 피노키오를 되찾기 위해 팔기로 했다는 것은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젖어 과거 속에 살던 제페토가 피노키오를 만난 현재, 그리고 피노키오를 되찾은 뒤의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어쩌면 상실감과 같은 슬픈 감정은 반드시 ‘극복’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보듬는 법을 배워야 하는 종류의 것인지도 모르지만, 제페토에게 새로운 일상의 활력을 되찾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새로운 가족이 된 피노키오와의 행복한 시간을 다시금 회복해야만 하는 것이었죠.

앞서 푸른 요정이 영화 초반 피노키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 것은, 제페토를 선량한 마음을 지닌 따뜻한 사람으로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이의 소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선한 마음씨를 가진 제페토의 진심에 요정은 귀를 기울여 준 것입니다. 처음으로 움직이고 말할 수 있게 된 피노키오에게, 푸른 요정으로부터 ‘피노키오의 양심’으로 임명된 지미니 크리켓은 “양심은 마음속 목소리인데 사람들은 흔히 무시하기 일쑤다”라고 말해줍니다. 마음의 목소리라는 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향해야 할 것인지를 지시해주는 나침반과도 같은 것인데요, 피노키오에게 용감과 정직, 배려를 경험하는 여정이 필요했던 것처럼 제페토의 삶에도 일상의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상실감 극복’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었다고 영화 <피노키오>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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