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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마음 자체를 단절시킬 수 있다면 더없이 깔끔하겠지만, 예측할 수 없음으로 앞으로 올 사랑을 포기하는 일은 내 머리와 가슴 어느 구석에서도 겉도는 다짐에 불과할 것이었다. 나는 씁쓸하게 마음 단속을 하기보다는 그냥 지금의 나를 좀 더 인정하고 홀가분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고 싶었다.”
- 윤혜은, 『아무튼, 아이돌』에서 (제철소, 2021,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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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은 언제나 과정 자체로서 소중한 것이지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그 전부를 결론적으로 재단하거나 축약해서는 안 될 것이겠지만, ‘덕후’의 마음이 오래되고 깊어진 만큼 그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런 사람이었는지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 같은 물음에서 시작해 어떤 경우에는 그에게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인 스스로에 대한 책망이 남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실패한 덕후가 되었다’와 같은 자조가 사건의 결과 밀려오고 사랑과 응원의 마음은 배신과 상처로 돌아오고는 한다.
영화 <성덕>(2021)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성범죄를 일으키거나 연루된 연예인의 열렬한 팬이었다는 이유로 상술한 패배감과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감독의 물음에서 출발한다. “도대체 왜? 어떻게?” 사회적 지탄을 받는 가운데 팬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탈덕’을 결심했지만 그동안 쌓인 많은 앨범과 굿즈들을 쉽사리 정리하지 못하는 마음과, 각별한 추억들이 한순간에 퇴색되는 일이 주는 상대적 박탈감 사이에서 감독은 자신과 같은 덕후들을 찾아 나선다. 누구보다 ‘성덕이라 스스로를 여겼지만 어느 날 갑자기 덕질의 대상이 되었던 이의 이름을 말하기도 어려워진 그 순간, ‘덕질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019년 상반기부터 2021년 여름에 걸쳐 촬영된 <성덕>은 작중 가장 큰 비중으로 다뤄지는 정준영을 비롯해 여러 남자 연예인들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범죄를 사회 문제로서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대신 ‘남겨진’ 팬들 자신의 사연이 다큐멘터리의 중심이 된다. 거기에는 수많은 ‘처음’들이 있고, 노래 한 곡만 들어도 밀려오는 지난 이야기들이 있다. 피해자가 된 기분으로 자신과 닮은 이야기를 찾아 나섰던 <성덕>의 시선은 어느 순간 ‘덕질하는 마음’의 의미를 묻는 방향으로 선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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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cosmos-j/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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