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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적끄적

벌써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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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이렇게 짧구나. 어느덧 11월이 되었다. 혹은, 지나고 보니 11월이 되어버린 걸 발견했다. 계절은 모두에게 공평할 것이다. 날씨도 마찬가지겠다. 좋은 날씨, 나쁜 날씨가 나뉘는 게 아니라 저마다 서로 다른 종류의 좋을 날씨들이겠다. 며칠 내내 심규선(Lucia)의 노래만 듣고 있다. 전부터 폰 재생목록에 몇 곡이 있었고 아주 새롭게 접한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특히 지난 얼마의 시간은 오로지 이 사람 노래만 들었다, 고 해야겠다. '부디', '이제 슬픔은 우리를 어쩌지 못하리', '소년에게', '외로워 본' 등 유난히 맴돌았던 몇 곡이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나는 다가오는 것들에 여전히 의연하지 못한 무딘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지난주에는 듣고 싶었던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강연 행사에 다녀왔다. 두 시간 내내 담아두고 싶은 말들 뿐이었지만, 집에 오는 무렵 불쑥 다시 떠오른 그의 한마디.


"그게 인간의 한계지, 라는 말은

나 하나를 용서하기 위해서

모든 인간을 다 용서해버리는 일

이잖아요. 그래서는 안 되는 건데."


거기까지가 내 한계라고 생각했던 날들이 10월의 마무리를 채웠고, 여전히 나는 지금이, 어떤 한계를 넘나드는 순간인 것만 같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거듭해봐야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직도 자신이 서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세워지려면 얼마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믿지 않는 사람은 아닌데. 신형철의 말 한 마디를 더 생각했다.


"희망은 '희망이 있다고 믿는 능력'의 산물이다."


지금이 그저 어떤 가을날에 떨어진 흔한 잎사귀 하나쯤의 일로 지나가더라도, 나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어느날을 향해 막연하게나마 희망 하나를 더 걸어보려고 한다. 다시. (201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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