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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머문 이야기

은유, '아무튼, 인터뷰'(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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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집에 올 때면 과격한 움직임을 자제하고 살살 걸었는데, 몸에 차곡차곡 담아온 이야기가 헝클어질까 봐 그랬다." (11쪽)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이로움과 대단함을 나누고 싶어서 나는 글쓰기 수업 과제에 '인터뷰하기'를 꼭 포함시킨다. 낯선 사람의 말에 빠져드는 훈련, 사람에 대한 이해의 업데이트, 산다는 것에 대한 현실 감각 키우기. 이 세 가지는 창작자에게 필요한 자질이다. 독서만으로는 메워지지 않는 영역이 있고, 한 사람의 삶에 잠겨 있다가 나올 때만 몸에 배는 가르침이 있다." (12쪽)
 
"사랑의 능력을 퇴화시키고 혐오를 부추기는 세상이지만 타인에 대해 섣부르게 단정 짓지 않고 서로에게 닿으려 노력하는 사람이 있고, 그 마음을 인터뷰가 돕는다는 걸 아는 사람이 지상에 늘어나고 있다는 데 나는 잔잔한 희망을 느낀다." (13쪽)
 
"사는 동안 많은 돈을 축적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죽는 순간 고운 얼굴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내 눈 앞에." (19쪽)
 
"아홉이 있으면 열을 채우고 싶고 아흔아홉을 가지면 백을 이루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라고 배웄던 '상식'이 자꾸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진심을 의심한다기보다 나의 진심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레 여쭈었다. 혹시 평생 봉사활동을 이어오면서 자신의 노동력을 돈으로 환산해본 적은 없는지. (20쪽)
 
"자기 좋음에서 출발하면 귀족의 도덕, 남의 좋음에서 출발하면 노예의 도덕이라는 분류법은 내게 사람을 이해하는 만능 키가 되었다. '돈'을 최우선으로 삼는 세속의 척도에 현혹되지 않고 자기만의 삶의 가치에 따라 사는 나의 인터뷰이들이야말로 귀족적 삶의 표본이 아닌가!" (29쪽)
 
"인터뷰는 사람 이야기를 뺏어 오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흘러나오도록 다른 한 사람이 다가가서 경청하고 전달하는 통로가 되는 일" (34쪽)
 
"인터뷰는 누구를 왜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지 목적과 방향을 정하는 게 핵심이고 전부다. 그래야 적합한 인물을 떠올릴 수 있다. 이와 같은 '인터뷰 기획'이 단번에 이뤄지는 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자기 관점, 삶에 대한 질문, 사람에 대한 관심 등 평소 꾸준히 다져온 인식에서 나온다. 시간과 품이 드는 직업이다." (41쪽)
 
"좋은 문장은 꼭 나만을 위해 건네는 말처럼 들린다. 인터뷰 고수의 한 줄 결론은 가슴에 화살처럼 꽂혔다. 왜 아니겠는가. 인간은 선과 악의 교차로, 어떤 관점으로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천사도 악마도 가능하다. 페미니즘 연구자 베티 리어든의 말을 빌리자면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하지 않은 인간 존재란 없고, 사심 없으며 고귀한 행위를 하지 못하는 인간 존재 또한 없다". 그럼에도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건 인터뷰어의 게으름이다. 일반적인 예찬이나 미화도 왜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숭배와 혐오가 같은 원리를 공유하듯이. 어떤 사람의 탁월함을 잘 그려내는 건 장점이지만 거기에만 꽂혀서 다른 면을 놓치고 서사를 단순화하는 것은 단점이기도 했다. 열정과 냉정 사이에 나를 머물게 하는 말, '그리 대단한 사람은 없다'." (50쪽)
 
"그래서 인터뷰 현장에 나갈 땐 두 문장을 쌍무지개처럼 가슴에 띄우고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리 대단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그냥 사는 사람도 없다. 모순 없는 두 문장을 잇는다." (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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