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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머문 이야기

나희덕 시 '이 숟가락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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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무로 무엇이든 만든다 나무의 결과 무늬, 그 속에 깃든 형상에 따라
그가 만든 숟가락들은 말한다 세상의 모든 나무는 멋진 숟가락이 될 수 있다고 곧으면 곧은 대로 굽으면 굽은 대로 부서지고 불탄 흔적이 있어도 버리지 않는다
손끝으로 집어야 할 만큼 짧은 숟가락도 있고 너무 길어서 다른 이에게만 떠먹일 수 있는 숟가락도 있다
작고 오목한 면만 있으면 숟가락이 된다 입에 들어갈 무언가를 한술 담을 수만 있다면
물이든 밥알이든 푸성귀든 국물이든 고기 건더기든 목숨을 위해 무엇이든 실어나르는 도구
밥그릇을 빼앗고 숟가락을 분지르는 사람들을 보며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버려진 나무로 숟가락을 깎는 일이었다
숟가락 싸움 밥그릇 싸움 앞에서 그는 묵묵히 숟가락을 만들었다 스테인리스나 플라스틱이 아니라 나무로 된 숟가락을
작은 나무토막, 심지어 가지나 껍질까지도 숟가락의 재료가 되어주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숟가락도 만들고 조개껍데기를 이어붙인 조개 숟가락도 만들면서 그는 생각했을 것이다 이 순한 숟가락들이야말로 가장 정직한 무기라고 한술 한술 누군가 떠먹이며 살아야겠다고
그가 만든 어떤 숟가락은 작은 새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숟가락으로는 무엇을 먹을까 먹일 수 있을까’
-나희덕, 「이 숟가락으로는」, 『시와 물질』에서, 문학동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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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jin Kim님이 시와 물질(2025)에 남긴 코멘트 - 왓챠피디아

시인은 언제나 부끄러운 마음 한 조각을 남긴 채 세계를 생태적으로 들여다본다. 부조리하게 사망한 노동자도, 지구 반대편의 시인도, '멸종의 취약한 목격자들'과 '진흙과 핏기 묻은 햇살'도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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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물질 | 나희덕 | 문학동네 - 예스24

“한 편의 시가폭발물도 독극물도 되지 못하는 세상에서수많은 시가 태어나도 달라지지 않는 이 세상에서”흔들리는 인간의 중심을 뚫고 흘러나오는 나지막한 목소리우리의 시대와 시는 어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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