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나 밖에서나 매일매일 별의별 일들이 일어났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인생이 특별하게 기구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인생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어쩔 수 없으니까.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겹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날의 대화로 우리의 우정이 다시 돈독해지거나 둘의 관계가 특별해지기는커녕 릴라 곁에 다른 여자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나눈 대화와 릴라가 내게 해준 조언이 어찌나 인상 깊었던지 카르멜라가 그 일을 여기저기에 떠들고 다닌 것이다. 그 결과 아직 가슴도 나오지 않고, 생리도 시작하지 않고, 좋아해주는 남자아이도 없는 구두수선공네 딸내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의 공식 연애 상담사로 자리매김했다. 놀랍게도 릴라는 그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집안일이나 구둣방 일로 바쁘지 않을 때면 언제나 상대를 바꿔가며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일부러 그녀 가까이 지나가며 알은체했지만 릴라는 너무나 집중해 있어서 내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녀의 입에서는 언제나 아름다운 문장들이 흘러나왔고 나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괴로웠다."
"그 애들과는 달리 나는 릴라가 내게 이야기를 하는 그 순간, 그곳에서 함께 불타오를 수 있었다. 열중해서 이야기할 때 릴라의 손놀림, 몸짓, 눈빛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모른다."
"릴라라면 온 세상이 머릿속에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그 때문에라도 우리 주위를 둘러싼 세상이 엉망이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분 좋은 느낌에 나 자신을 맡기기로 했다."
"아버지는 마치 내가 떠내려가기라도 할 것처럼 내 손을 꼭 잡았다. 실제로 나는 아버지의 손을 놓고 달려 나가서 길을 건너 바다의 빛나는 파편에 몸을 내맡기고 싶었다. 무시무시하면서도 빛과 소리가 충만했던 그 순간, 나는 새로운 도시에 홀로 남게 되는 상상을 했다. 새로운 인생을 앞두고 나 자신도 새로워져서 말이다.
나는 거칠게 변화하는 모든 것에 완전히 노출되겠지만 분명 승리할 터였다. 나는, 나와 릴라는, 오직 함께 있을 때만 발휘할 수 있는 그 능력으로 색채와 소리와 사물과 사람들을 총체적으로 취합해 이야기를 만들고 힘을 부여했을 터였다."
"릴라는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여전히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네에 있는 모든 것이, 돌멩이 하나에서부터 나무 한 조각에 이르기까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존재했지만 우리는 이를 깨닫지 못하고, 그러한 사실에 대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성장해온 것이라고."
“무시무시하면서도 빛과 소리가 충만했던 그 순간, 나는 새로운 도시에 홀로 남게 되는 상상을 했다. 새로운 인생을 앞두고 나 자신도 새로워져서 말이다.
나는 거칠게 변화하는 모든 것에 완전히 노출되겠지만 분명 승리할 터였다. 나는, 나와 릴라는, 오직 함께 있을 때만 발휘할 수 있는 그 능력으로 색채와 소리와 사물과 사람들을 총체적으로 취합해 이야기를 만들고 힘을 부여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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