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팬서>(2018)에는 와칸다 밖을 나선 '슈리'(레티티아 라이트)가 '티찰라'(채드윅 보스만)에게 "캘리포니아에 데려간대서 뮤직 페스티벌이나 디즈니랜드 같은 곳일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영화는 언제나 동시대를 반영한다. 원작 코믹스 팬들이나 MCU 마니아들의 기호를 만족시키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결코 무시되어선 안 될 것은 한 영화가 자신이 만들어진 시대의 고민을 의식하고 투영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단지 한 캐릭터의 내적 성장을 넘어 그가 속한 세계의 문화를 실감 나게 그려낸 <블랙 팬서>는 '마블 영화'이기 이전에 스스로가 속한 세계관만을 의식하지 않은, 잘 만든 상업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시빌 워'(2016) 이후 '티찰라'의 영화 속 행동은 하나의 캐릭터로서 일관성을 잃지 않는다.) 특히 벽이 아니라 다리를 세운다는 작 중 언급은 급변하는 세계의 모습 앞에서 초고도 문명을 이룩했다 한들 한 국가가 더 이상 독립적으로 존속하는 일이 영원할 수 없다는 바를 잘 드러낸다. 이는 영화가 흑인, 특히 아프리카 문화권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며, <블랙 팬서>는 그런 면에서 션 베이커의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와도 그 지향점을 연결할 수 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리뷰를 쓰면서 "잘 살펴보세요, 이곳에도 삶이 있어요"라 제목을 지은 바 있다.) 이 작품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그래서 지극히 수긍할 만하다. 디즈니(마블) 영화라고 디즈니랜드만 보여줘서는 안 될 일이겠다. (20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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