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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히로카즈

[1인분 영화] '걸어도 걸어도' - 전화 자주 하고 (2020.06.22.) (...) ‘료타’의 아버지는 전날 이런 말도 한다. “가끔은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목소리라도 들려드려라.” 이 말은 영화에도 소설에도 모두 있는데, 이 대목 때문에 나는 모임 자료를 준비하다 말고 불쑥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는 나른한 잠에서 덜 깬 목소리와 반가운 목소리가 섞인 투로 전화를 받았다. 역시나. 아빠도 영화 속 아버지와 같은 말을 했다. “뭔 일 있으면 전화하고, 엄마한테도 전화 자주 하고.” 아빠의 말투라는 게 대체로 그렇다. “전화 자주 해.”라고 하면 문장을 끝맺는 것 같아서 그런지 “전화 자주 하고,” 아니면 “전화 자주 하고…”쯤 되는 의미로 항상 그렇게 말씀하신다. 늘 몇 마디 안 하고 끊는 것 같아 일부러 이 얘기 저 얘기를 했지만 이날의 통화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 더보기
[1인분 영화] ‘환상의 빛’ – 이유 없는 뒷모습 (2020.05.27.) “그때 아주 시커멓던 하늘도 바다도 파도의 물보라도 파도가 넘실거리는 소리도 얼음 같은 눈 조각도 싸악 사라지고 저는 이슥한 밤에 흠뻑 젖은 선로 위의 당신과 둘이서 걷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무리 힘껏 껴안아도 돌아다봐 주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피를 나눈 자의 애원하는 소리에도 절대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 뒷모습이었습니다. 아아, 당신은 그냥 죽고 싶었을 뿐이구나, 이유 같은 것은 전혀 없어, 당신은 그저 죽고 싶었을 뿐이야.” -미야모토 테루, 『환상의 빛』, 송태욱 옮김, 바다출판사, 2014, 59쪽에서​ ​​ 이메일 연재 [1인분 영화] 5월호 열두 번째 글은 '이유 없는 뒷모습'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1995)에 관해 썼다.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5월은 이제 한 편의 글만 남았다.​ ​.. 더보기
지나간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돌아오지 못함을 알면서도: 영화 '걸어도 걸어도'(2008) (...) 누군가는 늘 한 걸음씩 늦고, 누군가는 멀어지려 해도 가까워져 있으며, 또 누군가는 조금 앞서 나간다.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가족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온 듯 고르게 살아 있는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의 가족은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곳에 발을 딛고 있다. 누군가를 저마다의 이유로 잃은 수많은 가족들의 한 단면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자신이 방송사 입사 초기 한 선배에게 들었다는 말처럼, 단 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 한 사람은 물론 바로 자신인데, 본인의 부모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생생히 영화 속 캐릭터에 녹여냄으로써 가 보여주는 삶의 단면은 그 인생 전체를 들려주는 것보다 더 입체적이고 가까우며 사려 깊다. 가족들은 시간이 오래 지나도,.. 더보기
영화의 제목, '만비키 가족'과 '어느 가족' 여담이지만 영화의 국내 개봉용 선재는 아무리 너그럽게 헤아려도, 썩 마음에 든다고 할 수는 없겠다. 여러 작품의 마케팅을 겪어봤기에 제목부터 문구 하나까지, 고민하고 만드는 과정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선 포스터에는 굳이 칸 영화제 수상 사실을 알리는 문구가 두 개 중복으로 들어가 있고, 전단 뒷면에는 영화 내용 자체보다 칸 영화제 수상 사실 자체만을 1/3 이상 이미지와 문구로 부각해 놓았다. 내 느낌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물음에 칸이 답했다'라기보다, 그저 감독 자신이 오랜 기간 탐구해왔던 테마가 이 영화에 집약되어 있을 따름이다.(게다가 '2018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자막이 영화의 시작 지점에도 들어가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싹쓸이한 영화도 영화가 시작할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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