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미지의 경험이 내 삶을 씻어내도록 열어둘 수밖에: 영화 '소울'(2020) 리뷰 (...)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신작 (2020)을 본 뒤 꼭 그런 기분을 안고 극장을 나섰다. 살아온 삶을 다시 살게 만드는 방식으로, 아직 다가오지 않은 새로운 삶을 마주하게 하면서 삶 전체를 관통하는 목적이 아니라 매 순간 살아 있다는 감각 자체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이야기. 생전 세계, 재즈, 뉴욕, 세대. 의 몇 가지 키워드를 이런 식으로 떠올려볼 수 있지만 실사 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만이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의 스토리텔링은 숱한 걸작들을 통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기대치와 기억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보지 못한 영역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한다. 'The Great Before'. 음악만이 자기 운명이라고 굳게 생각해왔던 중학교 밴드부 교사 '조 가드너'의 삶은 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 더보기 떠돌이 개의 삶을 간접체험한 사람이 되었다: 영화 '환상의 마로나'(2019) 리뷰 (2019)는 여러 주인을 만나 네 번에 걸쳐 이름이 바뀌고 각기 다른 환경을 겪으며 산 떠돌이 개의 회고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아홉, 아나, 사라, 그리고 '마로나'. 각각의 이름으로 호명되는 동안 '주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개를 떠나거나 보내거나 버린다. 그러나 따뜻하게 핥아주는 엄마 개의 혀, 주인이 주는 우유 한 잔 같은 작은 데서 행복을 찾는 '마로나'는 주인들의 뜻을 거스르거나 저항하지 않고 때로는 체념하듯 때로는 '이럴 줄 알았다'라고 여기듯 새로운 관계들을 만나고 변화된 국면을 받아들인다. 개의 시점에서 생을 회고하는 구성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의 피부가 파랗거나 눈이 빨갛게 되어 있는 식으로 '개의 시점'을 상상하듯 구성해 의 작화는 매 순간 역동적이고 프레임 전체를 구성하는 세부.. 더보기 가지 않은 길 대신, 주어진 길을 바라봐야지. "(...) 이쯤 되면 우리야말로 여러 갈래의 갈림길 앞에 서 있는 것과 같다.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외로운 선택을 한 사람의 자기 긍정을 표현한 시? 자의적 선택에 사후적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의 자기기만을 꼬집은 시? 후회가 많은 이에게 들려주는 부드러운 충고의 시? 나의 대답은,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한단 말인가.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어서 한 번 놓친 길은 다시 걸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고 이 시는 말하지만, 작품은 길과 달라서, 우리는 시의 맨 처음으로 계속 되돌아가 작품이 품고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을 남김없이 다 걸어도 된다. 다행이지 않은가. 인생은 다시 살 수 없지만, 책은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의 해석에 관하여 쓴.. 더보기 어떤 편지 편지를 주기로 한 날에는, 봉투에 담아 마스킹 테이프를 붙인 후 그걸 재킷의 안주머니에 고이 넣은 채 그날 온종일 몸 가장 가까운 곳에 지니고 다녔다. 봉투가 어디 가지 않고 잘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무심코 안주머니가 있는 쪽 가슴에 손을 대어보기도 했다. 습관처럼 주머니를 손으로 더듬을 땐 전화기보다도 편지의 안부를 먼저 확인했다. 미약한 문장으로 쓰인 글로는 다 담아내기 힘든, 조금의 온기가 더 잘 전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어떤 편지는 끝내 전하지 못하게 되기도 했다. 더보기 넘어지지 않게 넘어지지 않게, 조심히 걸어갈 거야.넘어지고 무릎을 다치고 손바닥이 까져도,그 자리에서 나는 다시 일어날 거야.그리고 내가 일어날 수 있는 건곁에 있는 당신으로 인해서일 거야.만약 내가 아닌 당신이 넘어진다면손을 잡아주고 옷을 털어주며다친 곳은 없는지 아프지는 않은지살피며 물어볼 거야. 더보기 오늘 같은 일이 언제든 다시 있을 것이라는, 가벼움 (엔터테인먼트라는, 영화의 한계, 어쩌면) 전에 한 영화의 GV 행사를 마치고 기자님과 같이 지하철을 타고 간 적이 있었는데, 그날도 자연스럽게 영화와 커리어 이야기를 하게 됐다. 결론이랄 게 있을 리 없지만 굳이 있어야 한다면 국적과 시대, 장르를 초월해 최대한 많은 영화를 봐야 시야가 깊어질 수 있다는 거였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하나가 있다면 내가 못 보는 그 영화의 세계는 바로 그 작품이 아니라면 결코 같은 방식으로 겪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만 봐도 나는 끝내 그것들을 다 볼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한편으로 이미 알고 있는, 겪어본 세계에서의 일상에도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아는 세계 역시, 다시 겪어보고 다시 돌아보면 거기에 새로움.. 더보기 브런치 무비패스, 네 번째 브런치라는 플랫폼도 나 혼자 알게 된 게 아니라 지인을 통해서였다. 그게 벌써 3년 전이고, 첫 번째 '브런치북 프로젝트'도 3년 전이었다. 그간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났을까. '브런치 무비패스' 4기 신청을 하면서 든 마음은 실은 '이번에도 뽑아줄까?' 였다. 다행히, 이번에도 뽑혔다. 적어도 앞으로 6개월, 은 고정적으로 영화를 보고 글을 쓸 수 있게 되겠지. 어떤 분야에서 어떤 수준에 이르기 위해 필요하다고 간주되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이제 거기에 절반 정도만 이르렀다. 나라는 사람이 그나마 잘할 수 있는 건 꾸준함 뿐이라고 믿어왔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믿어보자. 더보기 짧은 평이나 별점을 요즘 잘 쓰지 않는 이유 2018년 상반기 사적인 영화 10편에 덧붙여- 쓰리 빌보드_★ 10/10무너진 자리에서 일으켜 시작되는 여정, 쓰디 쓴 현실의 삶 곳곳을 고루 헤아리는 달인의 경지, 사람을 믿지 않지만 세상을 믿어보는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_★ 10/10가장 뛰어난 원작 각색의 한 가지 사례, 순수한 애정이 세상에 영향을 주기까지의 과정, 좋아하는 일을 간직하고 추구하는 모두를 향한 영화적인 응원.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_★ 10/10스스로를 한없이 겸허하게 여기면서 세상과 타인을 항상 존중하는 작가의 이야기, 확고하지만 부드러울 줄 아는 태도, 삶과 밀접하게 닿아 교감하는 예술의 아름다움. 원더스트럭_★ 9/10일상의 조각들이 어떻게 인생의 그림으로 맞춰져가는지에 관하여, 오랜 예술의 탄생에 관하여, 잊히거나 단절.. 더보기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기 시작한 이유 영화를 반복해서 보기 시작한 건, 실은 한 번만 보고도 술술 그 영화를 분석해내는 이들이 부러웠기 때문이고 내게는 그럴 능력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나 같은 영화를 그렇게 극장에서 많이 봤던 것도 그래서다. 좋은 것을 더 잘 좋아하고 싶어서. 무작정 반복해서 장면과 대사를 복기했고 그러다 보니 조금씩 더 많이, 넓게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을 극장에서 여섯 번이나 보고서야, 그걸로 모자라 원작 소설을 두 번 읽고 나서야, 그제서야 영화와 책을 아우르는 글 하나를 더 쓰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나 느리고 조심스러운 사람이라서. 말보다 글이 앞서고 글을 적을 때면 늘 이게 맞을까 망설이는 사람이라서. (2018.05.16)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