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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떠돌이 개의 삶을 간접체험한 사람이 되었다: 영화 '환상의 마로나'(2019)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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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마로나>(2019)는 여러 주인을 만나 네 번에 걸쳐 이름이 바뀌고 각기 다른 환경을 겪으며 산 떠돌이 개의 회고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아홉, 아나, 사라, 그리고 '마로나'. 각각의 이름으로 호명되는 동안 '주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개를 떠나거나 보내거나 버린다. 그러나 따뜻하게 핥아주는 엄마 개의 혀, 주인이 주는 우유 한 잔 같은 작은 데서 행복을 찾는 '마로나'는 주인들의 뜻을 거스르거나 저항하지 않고 때로는 체념하듯 때로는 '이럴 줄 알았다'라고 여기듯 새로운 관계들을 만나고 변화된 국면을 받아들인다.

개의 시점에서 생을 회고하는 구성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의 피부가 파랗거나 눈이 빨갛게 되어 있는 식으로 '개의 시점'을 상상하듯 구성해 <환상의 마로나>의 작화는 매 순간 역동적이고 프레임 전체를 구성하는 세부가 생생하다. '개의 시점'임을 매 순간 잊지 않듯 입체감이나 사실감보다는 'Fantastic Tale'에 충실하게 애니메이션만이 펼쳐 보일 수 있는 이미지들이 눈을 채우는 자극임을 넘어 이야기의 감정 흐름 자체를 고스란히 따라간다.

얼마 전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을 학살하듯 멸종시키고 지구의 주인을 자처하게 되었다는 내용의 유명한 가설을 읽었다. 그때 든 생각 중 하나는 인간만큼 '나쁜' 종이 또 어디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환상의 마로나>에는 "나쁜 개는 없다"라고 말하는 무뚝뚝하고 차가워보이는 할아버지 캐릭터가 있는데, 오직 그만이 작중 다른 인간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다채로운 원색을 가지고 있지 않다. '좋은 일 하고 싶다'며 동물병원에서 개를 데려온 젊은 여성은 며칠 지나지 않아 털이 날린다며 개를 밖에 가둔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길에서 처음 본 '마로나'가 암컷임을 유일하게 먼저 알아본 어린 소녀는 금세 자라 개를 산책시키는 일을 귀찮아하고 싫증 낸다.

인간 세상을 비판하거나 풍자하지도 않고 순수하고 무해한 개의 시점에서 단지 "인간들은 참 이상하다. 행복이 작은 것에 있음을 가끔 깨닫는다"라고 말하거나 "이 정도면 떠돌이 개의 삶도 나쁘지 않았어"라고 회고할 따름이다. <환상의 마로나>는 그래서 더욱, 겪어보지 않았고 겪을 수도 없을 감각들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체험시킨다.

(...)

https://brunch.co.kr/@cosmos-j/1054

 

떠돌이 개의 삶을 간접체험한 사람이 되었다

영화 '환상의 마로나'(2019) 리뷰 | <환상의 마로나>(2019)는 여러 주인을 만나 네 번에 걸쳐 이름이 바뀌고 각기 다른 환경을 겪으며 산 떠돌이 개의 회고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아홉, 아나, 사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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