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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하야오

영화 '이웃집 토토로'(1988) 기상청 5월호 원고를 쓰려고 고른 작품은 인생에도 방학이 필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듯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초기작 (1988). 사츠키(サツキ)와 메이(メイ)는 새 집과 마을 주변을 누비여 마치 '어린 시절에만 나타나는 요정'과도 같은 그 무엇들을 보고 어른들은 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시시하지 않게 듣는다. 어머니가 아프다든지 집을 지킨다든지 혹은 터널과도 같은 공간을 지나 어떤 숲을 발견한다든지 하는 설정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이 아니더라도 크게 새로울 것 없지만, 바로 전작인 (1986)나 대부분의 하야오 작품과 비교한다면 이 마을은 작고 소박한 공간이다. 그렇지만 이웃 할머니의 밭에는 옥수수며 오이, 토마토 등 없는 게 없고 아이들의 텃발에도 싹이 난다. 비가 오면 제 우산을 내어주는 소년이 있고, 아.. 더보기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2023) (...) 좋은 이야기일수록 쉽고 단일한 정답 같은 건 주지 않는다. 스토리텔러의 역할은 오직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세계를 치열하게 표현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단지 자극에 반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계를 넘어 이야기가 남기는 질문에 나름의 답을 찾거나 또 다른 누군가와 관계하며 이야기를 확장할 때 돈이나 시간, 효율, 기능 같은 것으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를 얻을 수 있다. ⠀ 쉽게 분류하고, 섣불리 판단하며, 타인이 가진 고유한 맥락과 차이보다는 자신의 기호에 상대를 재단하고 끼워 맞추는 시대가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은퇴를 선언했던 노장이 7년에 걸쳐 만든 또 하나의 작품이 그 기대를 충족했는지는 받아들이는 각자의 몫이겠다. 다만 대답하는 대신 물음을 주는 것이 원작을 쓴 요시노 겐자부로.. 더보기
[1인분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 – 본 적 없는 세계를 그리워하기(하) (2020.12.21.) (...)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무엇을 위해 이 세계를 만들었는지에 관해서는 영화의 오프닝에 이미 단서가 있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시타'가 해적들의 공격에 의해 비행선에서 추락하는 첫 장면 이후, 히사이시 조의 곡 'The Girl Fell from the Sky'가 흘러나오는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물론 음악 자체가 유명하지만 배경에 그려지는 장면들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 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라퓨타'는 섬 하나 정도로 보이지만 오프닝에 나타나는 과거 수백 년 전의 라퓨타는 수십 개의 섬들이 모여 군락을 이루었던 것으로 묘사되고 있고 부유섬만이 존재했던 게 아니라 라퓨타 인들의 압도적인 과학 기술로 만들어진 수많은 비행선들도 함께였습니다. 지구의 모든 나라들을 간단히 제압할 수 있는 초월적인.. 더보기
[1인분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 – 본 적 없는 세계를 그리워하기(중) (2020.12.18.) (...) 는 주 배경이 하늘이지만 실은 ‘땅’을 강조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부유하는 ‘라퓨타’는 그냥 바위 같은 걸로 된 섬이 아니라 과거에 문명이 번성했던 곳인 만큼 대륙의 형태를 하고 있고 말하자면 땅 위의 하늘 위의 땅이 또 있는 이미지를 나타냅니다. 그 땅에는 또 땅에서 보는 하늘이 있겠지요. 말하자면 땅-하늘-땅-하늘의 구조로 된 의 공간은 그래서 천상의 시점보다는 지상의 시점이 좀 더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시타’가 ‘라퓨타’ 사람이지만 주로 지상에 사는 ‘파즈’의 성장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가 짜여 있거든요. (...) (2020.12.18.) ⠀ [1인분 영화] 12월 여덟 번째 글은 '본 적 없는 세계를 그리워하기'(중)라는 제목으로 영화 (1986)에 관해 썼다. 전.. 더보기
[1인분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 – 본 적 없는 세계를 그리워하기(상) (2020.12.16.) (...)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어떤 세계를 그리워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있습니까, 가 아니라 있을 것입니다, 라고 적은 건 그 세계의 모양과 세부, 크기 등은 다르겠지만 저마다에게 저마다의 방식으로 존재했을 것이라고 저는 믿기 때문인데요. 예컨대 사소하게는 밤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일도 달이라든가 태양계의 어딘가에 대해 여러 자료나 매체 등을 통해 접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곳에 가본 적이 없으니까요. 결국 눈으로 직접 보지도 않았고 그곳의 공기와 냄새는 어떠한지 알지 못하는 곳을 사람은 그리워할 수 있다고 표현 가능합니다. (...) (2020.12.16.) ⠀ [1인분 영화] 12월 일곱 번째 글은 '본 적 없는 세계를 그리워하기'(상)라는 제목으로 영화 (1986)에 관해 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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