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썸네일형 리스트형 유계영 시인 산문집 '꼭대기의 수줍음'(2021, 민음사) "이상하지 않은가. 언제나 마음이 있다는 거 말이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할 때는 물론이고, 마음이 있는 줄도 모르고 허겁지겁 밥을 먹고 깊숙한 혓바닥을 닦을 때에도 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거. 더욱 곤란한 것은 나에게만 있는 줄 알았던 마음이 너에게도 있다는 사실이다. 너에게 언제나 마음이 있다. 네가 마음이 쓸쓸하다고 말할 때는 물론이고, 너에게 마음이 있는 줄도 모르고 내가 내 마음을 뾰족하게 세울 때에도 너에게 마음이 있었다. 각자에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후의 인간은, 분명히 다른 말을 구사하기 시작한다. 침묵의 내부에 좁은 골목들이 자라기 시작한다. 작은 화분에 담긴 커다란 식물처럼 혀가 묶이기 시작한다." -유계영, 『꼭대기의 수줍음』 (민음사, 2021, 230쪽) ⠀ 책을 읽을 시.. 더보기 소설과 영화 '걸어도 걸어도' 대략적인 줄거리) 작품의 주인공 ‘료타’는 이제 막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 ‘유카리’와 함께 부모님을 뵙고 인사드리러 고향에 가는 길입니다. ‘유카리’에게는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아쓰시’가 있고요. 고향 집에는 주인공 ‘료타’의 누나 ‘지나미’ 부부가 먼저 와 있습니다. 여기는 아이가 둘이 있고요. ‘료타’가 어린 시절을 보냈고 지금은 70대 노부부가 사는 이 집은 ‘요코야마 의원’이라는 간판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노쇠해서 진료를 그만두었지만 ‘료타’의 아버지가 의사였거든요. 가족들이 여기 모인 건 이날이 ‘료타’의 형 ‘준페이’의 기일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를 따라 의사가 될 예정이었던 ‘준페이’는 15년 전 바닷가에서 물에 빠진 한 소년을 구하다가 죽었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아직 .. 더보기 '걸어도 걸어도' - 늘 이렇다니까. 꼭 한 발씩 늦어. "아버지도 어머니도 일흔을 넘겼지만, 아직 그때는 건강하실 때였다. 언젠가 그분들이 먼저 돌아가시리라는 것은 물론 알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언젠가’였다. 구체적으로 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는 상황을 상상하지는 못했다. 그날, 무언가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이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른 척했다. 나중에 분명히 깨달았을 때는, 내 인생의 페이지가 상당히 넘어간 후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신 뒤였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걸어도 걸어도』 ⠀ 한 시절이 정녕 지나간 것이 맞는지 거기 내내 서서 소실점을 바라보다가도 할 일을 하고 갈 곳을 다시 걸어가는 날들. “늘.. 더보기 다시, 걸어도 걸어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아버지도 어머니도 일흔을 넘겼지만, 아직 그때는 건강하실 때였다. 언젠가 그분들이 먼저 돌아가시리라는 것은 물론 알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언젠가’였다. 구체적으로 내가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는 상황을 상상하지는 못했다. 그날, 무언가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이를 눈치채고 있었다. 그럼에도 모른 척했다. 나중에 분명히 깨달았을 때는, 내 인생의 페이지가 상당히 넘어간 후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때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신 뒤였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걸어도 걸어도』 한 시절이 정녕 지나간 것이 맞는지 거기 내내 서서 소실점을 바라보다가도 할 일을 하고 갈 곳을 다시 걸어가는 날들. “늘 이.. 더보기 2021년의 시작, 북티크에서 온 선물 연말연시는 안부를 묻기 참 좋은 핑계 같다고 누군가와 이야기했었다. 정말 그렇네. 안부를 묻는 일이 '연말이어서', '새해여서'가 아니라 '그냥 생각이 나서'나 '자주 생각하고 있어서' 묻는 안부도 있지만 여러 가지의 미력함과 일상 안팎의 일들로 그것이 빈번해지지 못하는 때가 있다. "어, 2020년이네요." 2019년 12월 31일과 2020년 1월 1일의 사이는 북티크에서 맞이했었다. 거창한 카운트다운 같은 것을 하지는 않았지만 제야의 종 타종식을 생중계로 틀어놓기도 했으며 자정 하고도 10초 정도 지났나, 아마 위와 같이 말한 건 나였던 걸로 기억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가벼운 인사들이 오갔다. 불과 1년 전이 긴 시간처럼 느껴지는 게 유독 긴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인지 정말 긴 시간이어..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