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는 안부를 묻기 참 좋은 핑계 같다고 누군가와 이야기했었다. 정말 그렇네. 안부를 묻는 일이 '연말이어서', '새해여서'가 아니라 '그냥 생각이 나서'나 '자주 생각하고 있어서' 묻는 안부도 있지만 여러 가지의 미력함과 일상 안팎의 일들로 그것이 빈번해지지 못하는 때가 있다.
"어, 2020년이네요."
2019년 12월 31일과 2020년 1월 1일의 사이는 북티크에서 맞이했었다. 거창한 카운트다운 같은 것을 하지는 않았지만 제야의 종 타종식을 생중계로 틀어놓기도 했으며 자정 하고도 10초 정도 지났나, 아마 위와 같이 말한 건 나였던 걸로 기억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가벼운 인사들이 오갔다. 불과 1년 전이 긴 시간처럼 느껴지는 게 유독 긴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인지 정말 긴 시간이어서인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2020년은 좋아하는 공간들에 일부를 제외하면 그리 자주 방문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가끔'이나 '지나가다가'나 '생각이 나서' 같은 접두어를 붙일 만한 어떤 방문 때마다 거기 있었던 곳 중 하나가 북티크였다. 예전에는 논현, 한때는 서교, 지금은 홍대와 합정 사이.
최근에 지나간 문장들 중 "책만 있는 서점은 쓸쓸하고 슬프다. 서점의 최고 큐레이션은 책을 만나고 있는 사람들이다."라는 것이 있었다. 온라인을 통해 가능한 것들도 많이 있지만, 서점은 책만 사서 나오는 곳이 아니어서 그로부터의 이야기는 언제나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북티크에서 작지만 큰 선물을 보내주셨다. 작년엔 사지 않았던 민음사 '인생일력'. 북티크 갔던 게 언제지 하고 사진들을 찾다 보니 8월 말이었다. 12월에는 자주 가지는 못했지만 모임 진행도 많이 했고 좋아하던 공간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공간의 이름을 발음하거나 생각하는 것만으로 떠오르는, 보고 싶은 얼굴들과 시간들이 있다. 지금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는 북클럽 하나를 다시 신청했다. 올해에는 오프라인에서의 시간들이 더 자주 허락되기를 바라기에 앞서, 그곳을 조금 더 자주 방문하고 기록하기로 마음먹는다. 고마워요. (202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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