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썸네일형 리스트형 규 챌린지 시즌 1: Loving Myself - 15. <밤의 끝을 알리는> 한 페이지 or 한 챕터 필사해보기 15. 한 페이지 or 한 챕터 필사해보기 "나의 사랑스러운 벗에게. 우리를 떠올리면 내 마음이 덥다. 나의 지난날과 오늘 당신의 고독이 마치 거울처럼 닮아 있는 듯해 더욱 애달프고 섧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도 있다. 길을 잃었다 생각했을 때조차 사실은 길 위에 있었음을 알게 되는 것처럼. 충분한 만큼 울어도 좋다. 눈물을 가두고 모은들 바다라도 되겠는가? 필요한 만큼 아파해도 좋다. 우리는 부러진 다리로는 멀리 가지 못한다. 통증을 느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억지로 일어서기가 아니라 치료와 회복인 것이다. 그리고 당부컨대 너무 오랫동안 두려워하지는 마시라. 길은 걸음 뒤에 자연히 나는 발자취일 뿐, 우리가 긍긍(兢兢)하며 찾아 나서야 할 보물도, 어쩌면 그 무엇도 아니다. .. 더보기 이유운, 사랑과 탄생 “어린 시절에는 사건이 많았다. 직선적인 사유와, 그 사유에 최적화된 시간관념이 확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사건은 나를 둘러싸고 지속되었다. 나를 에워싸고 있는 영사기 사이에서, 움직이는 이미지는 오직 나였다. 나만이 움직였다. 그리고 움직이는 나를 바라보는 어른들, 그들의 시선이 나를 따라 작동했다. 나와 타인의 세계 사이에 사랑의 시선이 있었고, 그 시선이 마주치거나 엇갈릴 때 그 흔적을 따라 궤도가 탄생했다. 그리고 궤도가 천천히 일직선으로 맞춰졌을 때, 나는 그 사건들을 ‘기억’하기 시작했다.” -이유운, 『사랑과 탄생』에서 (1984BOOKS, 2023, 10쪽) http://www.yes24.com/Product/Goods/118265878 사랑과 탄생 - YES24 이유운 시인은 첫 번.. 더보기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정혜윤 - 목소리, 이름, 우리, 인생의 전문가 “우리가 가진 것은 목소리뿐”이란 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다른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다.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리 큰 비극적인 일을 겪어도 그 비극에서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러나 함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때부터 고민은 에이드리언 리치가 표현한 것처럼 “우리가 필요한 것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쓸 것인가?”가 된다. 모든 고통스러운 사람들은 지금 겪는 일이 일시적이기를 바란다. 이 상태가 계속될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데에 그들의 희망이 있다. 그들은 우리가 이 말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묻는다. 우리의 목소리로 이 사회의 무엇을 문제 삼을 것인가를 묻는다. 필요한 것이 현실에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현실, 현실, 현실... 더보기 주말에 만난 김연수의 문장들 "지금은 물론 서씨라는 사람에 대해 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다. 굉장히 모호하고 시시때때로 엇나가는 감정이다. 이제 그는 서씨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에 그는 분명히 이상의 데드마스크를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서씨였다. 이관장도 인정하지만, 서씨로서의 그에게서 우리는 어떤 부조화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가 완벽하게 이상 숭배자를 형으로 가진 서씨라는 인물을 흉내냈다고 하더라도 그는 바로 서씨 자신이다. 왜냐하면 이상에 대해 말할 때의 그 뜨거움을 그토록 흉내낼 수 있다면, 그를 가짜라고 일컬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뜨거움이 진짜였는지 가짜였는지 확인할 길이 이제 사라졌지만, 그런 종류의 뜨거움이라면 누구도 진위를 가려낼 수 없다. 만약 어떤 배우가 완벽하게 무대 인물로 바뀌었을 때, .. 더보기 이근화 시인의 신작 산문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마음산책, 2020) 아는 사람은 아는 내 취향 중 하나라면 '시인이나 소설가가 쓴 산문에 대한 거의 절대적인 것에 가까운 신뢰'인데, 이 여름의 끝무렵에서 또 한 권 소중한 산문집을 만났다. 이근화 시인의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난다, 2015)을 읽은 것도 벌써 다른 해의 일이다. 신간인 『아주 작은 인간들이 말할 때』(마음산책, 2020)에는 '이름 없는 것들을 부르는 시인의 다정한 목소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아이들과의 일상부터 시, 영화 등에 이르기까지 연민, 사랑, 연대, 예술가 등을 아우르는 주제와 화두로 쓰인 글들이 가득하다. (이 책 표지에 쓰인 호아킨 소로야의 그림을 엮은 작품집도 얼마 전 나왔다고 한다.) "'나'란 온전히 이해되지 않아 어리석게도 매번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건 두려움에 맞서 싸..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