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시아마 썸네일형 리스트형 [1인분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당신의 시선(하) (2020.11.27.) (...) 그 초상화는 철저히 신랑을 위해서만 그 가치가 존재하는 그림이었을 겁니다. 당시의 화풍이나 사회적 분위기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신부의 외모를 잘, 혹은 아름답게 보이도록 표현해야 했을 것이며 그것은 신랑 될 남자(와 그 가문)의 마음에 들기 위한 것이지 신부 될 사람을 위한 그림은 아니었을 테니까요. 다시 말해서 첫 그림을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남편 될 사람의 평가를 의식하며 그렸을 것이고 '엘로이즈'가 보기에 그 그림은 자기 답지 않아 보였을 겁니다. 여기서 먼저 변화를 야기한 것은 '마리안느'였습니다. 며칠간 고생(?)해서 들키지 않고 몰래 관찰해가며 완성한 그림을 그 그림의 모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 것에 대해 화를 내면서요. 이제 '엘로이즈'는 '이번엔 제대로 모델이 되겠다.. 더보기 [1인분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당신의 시선(중) (2020.11.25.) (...) 예를 들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어떤 장면. 세 사람이 나란히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소피'는 자수를 두고 있고, '엘로이즈'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마리안느'는 벽난로에 장작을 올리고 있습니다. 보통의 영화였다면 이것은 거의 명확하게 신분에 따른 구분된 행동으로 나타났을 거예요. 다시 말해서 지금 이야기 한 것들 전부는 셋 중 가장 낮은 신분에 해당할 '소피'가 홀로 담당했을 일이라는 것입니다. 영화의 시선은 세 사람을 공평하게 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더 가까이 클로즈업 한다든지 서로간의 신분 차이를 영화 언어를 통해 묘사하는 일이 여기서는 전혀 일어나지 않아요. (...) (2020.11.25.)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11월호 열한 번째 글은 '당신.. 더보기 [1인분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당신의 시선(상) (2020.11.23.) (...) 그러나 의 오프닝은 오히려 ‘마리안느’가 누군가(들)의 시선이 향하는 대상이 되어 있는 장면입니다. ‘마리안느’가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리고자 섬에 머물렀던 것은 과거의 일이며, 영화의 첫 장면은 현재입니다. ‘마리안느’는 어린 학생들에게 인물화를 그리는 법을 실습시키고 있습니다. 이때 ‘마리안느’는 학생들의 그림에 담기는 모델이 되는 것이고요. “윤곽선 먼저, 다음은 실루엣. 서두르지 마.” 영화가 처음 보여주는 것은 자세를 잡고 앉아 있는 ‘마리안느’의 모습이 아니라 그를 바라보며 인물화를 그리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정확히는 학생들의 ‘시선’입니다. ‘마리안느’는 “날 천천히 관찰해.”라고도 말합니다. 그는 이 첫 장면의 시공간에서 철저히 관찰의 대상이 되는 것이죠. 물론 그림을 가르.. 더보기 [1인분 영화] ‘톰보이’ – 정의할 수 없이 오직 생동하는 계절이 있다 (2020.05.15.) (...) 일단 (2011)를 초록의 영화라고 말해볼까. 영화 첫 장면은 가족과 함께 낯선 동네로 이사 온 ‘로레’(조 허란)가 차 안에서 차창을 열고 선 채 바람을 맞는 뒷모습이다. 나는 이것을 계절을 온 몸으로 만끽하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했다. 의상 등으로 미루어 일단 계절적 배경은 여름으로 보이는데 그것 역시도 이 영화에서 중요하게 느껴졌다. 무엇인가가 시작되는 계절, 무엇인지는 아무것도 모른 채 피어나는 신록들. (...)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5월호 일곱 번째 글은 '정의할 수 없이 오직 생동하는 계절이 있다'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1)에 관해 썼다. 글 전문은 구독자 이메일에서. 더보기 [1인분 영화]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경험한 적 없는 예술적 사랑 영화 (2020.01.22.)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1월호 열 번째 글은 '경험한 적 없는 예술적 사랑 영화'라는 제목으로 영화 (2019)에 관해 썼다. 영화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 표정. 이를테면 (1995)의 제시와 셀린이라든지, (2015)의 테레즈와 캐롤의 그것은 또 어떨까. 전자에는 자신이 상대를 바라보고 있음을 상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엇갈리는 눈빛들로 가득하다. 후자에는 처음 눈 마주쳤을 때의 알 수 없는 이끌림이 점차 확실한 사랑의 언어가 되는 순간들이 담겨 있다. 두 영화를 언급한 건 ‘사랑의 시선’을 떠올릴 때 그만큼 모범적인 사례라 할 만큼 두 작품이 강하고 깊게 각인돼 있어서다. 그런데 최근 국내 개봉한 (2019)은 그보다 더 강력한, ‘직접 경험’을 선사했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