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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3월 31일 영화의 일기 - 쓸 수 있는 데까지 쓰기 영화 리뷰 쓰기에 관한 클래스를 하면서 매시간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글은 '완벽히' 완성되는 게 아니라 '쓸 수 있는 데까지' 써내는 것에 가깝다는 점이다. "작품을 완성할 수는 없다. 단지 어느 시점에서 포기하는 것뿐이다."라는 폴 발레리의 말을 인용한다. 머리와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생각과 감정은, 생각과 감정 자체이지 그것이 언어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문자 언어로 표현된 글은 내가 느낀 내 의도를 완벽하고 정확하게, 그대로 옮겨낼 수는 없다. 다만, 가능하면 그것을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더 좋은 단어와 문장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에서 글쓰기의 의의가 발견될 따름이다. 어차피 완벽한 글을 쓸 수는 없을 테니 써봐야 의미 없는 것이 되는 게 아니라, 세계의 현상을 .. 더보기
격일 영화리뷰 연재 [봐서 읽는 영화 vol.02] 구독자 모집 중(~4/7) [봐서 읽는 영화 vol.01] 소개글: (링크) https://brunch.co.kr/@cosmos-j/469 [봐서 읽는 영화 vol.01] 파일럿 에피소드: (링크) https://brunch.co.kr/@cosmos-j/472 잘 이어갈 수 있을까 염려도 했지만 다행히 나름대로는(!) 지금껏 성공적인 'vol.01'의 연재를 이어가고 있는 [봐서 읽는 영화]의 vol.02의 구독 모집을 시작합니다. (아니 신청 공지도 안 올렸는데 이미 입금을 하신 분이 계신데 당신은 대체,,, 천사인가요,,,🥰) 4주간 격일로 총 14편의 글을 이메일로 받아보는 구독료는 vol.01과 동일하게 9,000원입니다. 제 신한은행과 카카오뱅크 계좌로 보내실 수 있으며 해외에 계시다면 페이팔 계좌(mapside2@nav.. 더보기
격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봐서 읽는 영화]를 시작하며 [봐서 읽는 영화] vol. 01 장석주 시인은 스스로를 '문장노동자'라고 자신의 책에 소개하곤 합니다. 저 역시 매일 일정량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하고, 몸으로 쓰는 일을 놓거나 게을리하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시작한 영화일기 역시 매일 일정량 이상을 쓰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했습니다. 쓰다 보니 알게 된 건 그 일기가 쓰이는 노트에 보통의 제 글자 크기로 하루치 칸을 채우면 거의 꼭 500자가 되더라는 건데요. 500자로도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말하자면 스스로를 조금 더 채찍질하고 싶어 지고, 조금 더 성실하게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영화일기는 매일 작성하긴 하지만 엄격한 마감이 존재하는 글은 아닙니다. 하여, 스스로에게 강제성 있는 마감을 부여하.. 더보기
다와다 요코, '여행하는 말들'(2018) 영어를 쓰면 독일어를 쓸 때보다 더 많은 사람과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상대방은 세계에서 특정한 나라의 특정한 계층에 속한다. 또 영어로 번역한 문학도 문학 전체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므로 영어를 안다고 해도 세계의 우수한 문학을 다 읽지는 못한다. 이 사람만 존재하면 다른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는 완벽한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언어도 각각의 역사와 특성이 있는 다수의 언어가 공존하는 데 의미가 있다. (7쪽)대화는 '나는 나, 당신은 당신'처럼 서로 성채를 지킨 채 상대의 말을 참고 듣는 것이 아니다. 거기서는 이야기가 평행 상태로 진행될 뿐이고 아무리 이야기를 나누어도 접점이 생기지 않는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생.. 더보기
제주도라니, 동진아 - 2박 3일의 제주도 방문을 나서기 전, 하늘과 바다가 한데 보이는 창밖을 잠시 더 바라봤다.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기사님은 내게 혼자 다니면서 심심하진 않았냐고 물으셨다. 앞서 쓴 다른 글에서는 '다음의 제주에 있게 된다면, 누군가와 함께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썼지만, 이 짧은 두 번의 밤이 좋았던 건 전적으로 혼자였기 때문이다. 렌터카 반납 시간과 김포행 비행기 체크인 시간 외에는, 그 무엇에도 쫓기지 않았다. 이미 10만 킬로미터를 넘게 달린 렌터카에 나는 200 킬로미터 남짓을 보탰다. 차와 내비게이션에 마음이라는 게 있다면 자꾸만 멈추고, 또 가라는 길도 안 따르는 차주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을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차를 타면서 생각했고, 어디로 갈지는 가는 길에 정했다. 추천받았던 장소 .. 더보기
故 장영희 교수의 에세이 [내 생애 단 한번]을 읽다. 삶과 세상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쓸 수 있는 문장, 단어를 꾸미려 하지 않고 이야기를 숙고하여 만들어 낸 담백하고 숙연한 사색들. 책에서는 투병, 장애, 불편, 그런 단어들이 드리우는, 혹은 그럴 것이라고 여길 법한 비관적인 구석은 조금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자신이 누리게 된 모든 것을 사랑스럽고 고마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다리가 불편한 그녀가 동생과 함께 명동의 옷 가게를 찾았다가 겪은 일화가 다뤄진다. 문턱이 높아서 자신은 가게 밖에서 (옷을 고르는 동생을 살피며) 기다리고 있는데, 가게 주인이 목발을 짚은 자신을 구걸하는 거지로 오인해 내쫓으려 했던 이야기였다. 그런데 책에서 그녀는 "신체 장애는 곧 가난, 고립, 절망, 무지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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