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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토이 스토리 4'를 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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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안 되는 레고라든가 '미니카'(<영광의 레이서>를 보고 샀던 - 아스라다였나,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 정도를 제외하면 장난감과도 그리 친한 편이 아니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컴퓨터가 생기면서 관심사는 자연히 게임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장난감이든 인형이든 혹은 게임이든. 어린 시절의 가까웠던 것들에는 모두 'ㅇㅇ 스토리'가 될 수 있는 기억과 경험들이 담겨 있다.

<레디 플레이어 원>(2018)이 뭉클한 영화인 이유는 영화에 나오는 수백 개의 크고작은 이스터에그를 다 알아서가 아니라 주인공과 원작자의 순수한 애정에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이 감동적인 영화인 이유는 모든 MCU 영화를 샅샅이 외우고 있어서가 아니라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마음이 저절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토이 스토리 4>에서 우디가 보핍을 바라보던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보핍을 (영화 바깥의 시간과 마찬가지로) 9년 만에 만난 우디가 보핍을 볼 때, 관객 역시 2010년의 <토이 스토리 3>를, 이어서 1999년의 <토이 스토리 2>를, 1995년의 <토이 스토리>를 생각하게 된다. 애니메이션은 이미 그 존재 자체로 생명력을 부여하는(Animate) 것인데,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인 보핍을 보면서 우디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느꼈을 것이다.

작품 속 캐릭터는 그대로지만 성우들은 스물네 살이라는 나이를 더 먹었고 관객도 자랐다. 이야기의 힘이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한 번뿐이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며 붙잡을 수도 없는 나날들을 순간으로 만들고 그 순간이 우리를 붙잡게 만드는 것. 이야기는 늙지도 죽지도 않고 계속 거기 있다고. 애니메이션은, 그래서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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