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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구현해낸 일상의 생생한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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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아이디어는 비록 존 라세터의 단편 <틴 토이>(1988)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지만, 지금의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있게 한 스티브 잡스 역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토이 스토리>(1995)에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스티브 잡스가 키노트 때마다 했던 유명한 말 중 하나로 "It just works."가 있다. 사용자가 자신이 이용하는 서비스나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혹은 상세히 다 알지 못해도 이용하는 데에 아무 지장이 없는, 애플이 알아서 잘 만들었다는 자신감의 표시다. 스티브 잡스의 "It just works."를 마지막으로 들을 수 있었던 순간은 2011년 여름, WWDC에서 '아이클라우드'를 발표할 때였다.

<토이 스토리 4>에서 '포키'가 하는 마지막 말이 무엇인지를 떠올린다면 앞의 인용은 무관하지 않다. 장난감이 어떻게 살아 움직이느냐는 말 같은 걸 우리는 꺼내지 않는다. 그건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고, 일상의 수많은 '마법 같은' 순간은 그냥 저절로 일어난다. (스티브 잡스는 앞의 말의 변용처럼 "It works like magic."이라는 말도 했다, 2007년 첫 아이폰 발표 중 정전식 멀티터치를 시연하면서.)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에 생생히 숨 쉬는 생명력을 부여하는 일은 애니메이션이 상상을 구체화하는 일의 정신과도 같다.

1995년 처음 1편이 나왔을 당시에도 셀 애니메이션이 아닌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세계를 열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하나의 센세이션이었지만,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24년이 흐르는 동안에도 기술적으로 계속해서 발전했다. (1편과 4편이 구현해내는 캐릭터의 질감 차이를 한 번 비교해보라!) '픽사가 제일 잘 만드는 건 이야기 자체'라고 하지만 그 말이 뛰어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에 소홀했다는 뜻은 아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속편을 거듭할수록 흥행 면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둬오면서도 매 작품마다 꾸준히 압도적인 호평을 받았다. 비록 이전 시리즈들은 극장에서 접하지는 않았지만, 역사의 한 순간을 동시대에 접하는 일을 행복한 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골동품점 안에서 영사기를 돌렸다가 되돌리는 한 장면을 떠올리며) 돌아올 수 없는 순간을 몇 번이고 붙잡는 이야기의 힘을, 지난 시간을 되살려 관객의 눈앞에 데려다 놓는 일을 '마법'이 아니라면 무엇이라 표현할까. 상상만 해내면 언제나 거기 그 자리에 있는 것이 경험이고 기억이라면, 이야기는 그 일을 몇 번이고 반복한다. 이야기는 그래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9.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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