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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 2월호 일곱 번째 글은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라는 제목으로 영화 <그녀>(2013)에 관해 썼다.
당신은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를 사랑한 적 있는지. 이 질문은 우선 어렵다. ‘사랑’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로만 정의할 텐가. 사물이나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사랑의 마음을 품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가령 사랑의 속성을 대상이 아니라 행위와 특징들로 요약해 본다면. 자고 일어날 때부터 잠이 들 때까지 생각나는 어떤 타자, 마음을 얻고 싶고 마음을 주고 싶은 타자, 그리고 소중한 시간을 선물해주고 싶은 타자에 이르기까지.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영화 <그녀>(2013)는 거칠게 말하자면 미래형의 사랑에 대해 말하는 영화처럼 다가온다. 번듯한 직장도 있고 친한 친구도 있지만 홀로 지내는 것이 익숙한 ‘테오도르’(와킨 피닉스)가 만나는 최첨단 인공지능 ‘OS1’이라면 사랑에 관해 말해보기 알맞을지도 모른다. 사이언스 픽션 영화치고는 드물게 미래의 사회상이 비관적이거나 황폐하지 않은 <그녀> 속 사람들은 저마다의 손 안의 단말기와 (요즘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게도) 하루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 뉴스를 확인하고 음악을 듣고 이메일을 보내며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 받는. ‘테오도르’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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