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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내가 믿고 싶고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이것저것', '이상한 것'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사라져버리고 변하고 되돌릴 수 없을지라도, 내가 믿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이야말로 살아감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 영화에 이 세상은 없을지라도, “사는 게 뭔지 진짜 궁금해졌어요. 거기 영화도 있어요.”라고 말해볼 수 있게 만든 게 결국 영화였고, 그 영화들의 세계와 감각을 사랑하며 웃고 울었던 매 순간의 '나'였듯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무심한 듯 단단하고, 나약한 듯 무너지지 않으며, 서투른 듯 ‘아무렇게나’와 ‘아무거나’ 같은 것들의 차이를 아는 영화다. 되돌릴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하면서 ‘오늘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하는 이들에게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박수치고 안아주고 말 걸어주는 영화이기도 할 것이다.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듯, 달이 기울고 다시 차듯, 영화가 끝나고 음악도 끝나지만 넘어진 자리에서 우리는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게 삶이라는 걸 긍정하는 영화는 꽤 밝고 따뜻하다. (2020.03.18.)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의 3월호 여덟 번째 글은 '사는 게 뭔지 진짜 궁금해졌어요.'라는 제목으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 관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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