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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영화 연재

[1인분 영화] ‘문라이트’ – 달빛 밖에서도 나와 우리는 (202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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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1부 ‘리틀’과 ‘2부 ‘샤이론’, 그리고 3부 ‘블랙’은 그 제목 자체가 주인공이 각각 다른 시기에 누군가로부터 불리는 이름 혹은 별명이기도 하다. 시기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불린다는 것은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이 변화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평생 한 사람인 게 아니라 계속해서 바뀌는 수많은 얼굴들을 지닌, 고유하지만 다른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소하게는 어릴 때 좋아했던 것을 성인이 되어서도 좋아하지는 않을 수 있는 것처럼. 1부의 이야기와 2부의 이야기 모두에서 ‘샤이론’은 일종의 아픔과 상처를 겪는다. 그리고 그 일들이 있은 후 ‘샤이론’은 이전과는 같은 사람일 수 없는 삶의 국면을 맞이한다.

어떤 사람은 겪지 않아도 되거나 마주할 일도 없을 아픔과 상처를 한 사람은 평생에 걸쳐 경험하며 그것과 싸운다. 그것을 제대로 알 리도 없는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그 사람을 ‘다루’는 동안 그는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던 것을 딛고 스스로의 힘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을 일궈낸다. 비록 최근 미국 사회에서 일어난 일은 이러한 자립이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지만, 달빛 안에서도 달빛 밖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내 색깔을 찾는 한편 다른 사람의 내면을 겉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삶의 성장과 성숙은 그렇게 만들어지고, 그것으로 인해 사회도 조금씩 바뀐다. 어떤 말을 선뜻 덧붙이기 어려운 일들 앞에서, 그럼에도. 혹은 부디. 살면서 내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건, 곧 다른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일 테니까. (2020.06.03.)

이메일 영화리뷰&에세이 연재 [1인분 영화]의 6월 두 번째 글은 '달빛 밖에서도 나와 우리는'이라는 제목으로 영화 <문라이트>(2016)에 관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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