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슨이 왜 공동 각본가죠?"
"바로 그게... 영화의 신비랍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불참한 맹크는 그게 영화의 신비라고 답했다. 대부분 실패하지만 어쩌다 간신히 성공하는, 작고도 보이지 않는 순간들이, 혼자서는 이뤄낼 수 없는 협업의 정수가, 2시간에 담을 수 없는 인생을 다만 어떤 하나의 인상으로나마 표현해내는 순간들이, 그렇게 영화를 만든다.
그 영화는 또 다른 영화들에 의해 결국 잊히고 옛 시대의 산물로 남는다. 하지만 그 루이스 메이어도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MGM에는 하늘의 별보다도 스타가 많다고 하지. 믿지 말게. 우리 스타는 하나야, 사자 리오. 절대 잊지 마. 그걸 잊는 스타들은 여기 못 있어." 'Leo The Lion'은 MGM스튜디오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그 사자다. 사자는 항상 영화의 맨 처음에 나온다.
비록 우리는 다리를 다치고 누군가를 지키지 못하고 위압에 타협하고 목표한 걸 이룰 수 없을지라도, 다 지나고 나서야 "내 최고의 작품이야"라고 겨우 중얼거릴 그 순간만이 남을지라도. 그래도, 영화. 필름. 모션 픽처.
데이빗 핀처의 넷플릭스 영화 <맹크>(2020)를 감상하기 위해 <시민 케인>(1942)을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위대한 개츠비>(2013)나 <트럼보>(2015),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2019) 같은 몇 편의 영화들이 스친다. 아버지 잭 핀처가 생전 쓴 각본이 과연 뭘 위한 것이었는지 아들 데이빗 핀처는 온전히 이해한 것 같다. 영화가 끝난 뒤 흘러나오는, (여러 핀처 영화에 함께한) 트렌트 레즈너와 아티커스 로스의 곡 'All This Time(Happily Ever After)'이 그걸 말해주는 것 같다. 그 모든 시간에, 영화는 어디 있었고 그걸 만든 사람들은 어디 있었을까. 또 우리는 무얼 위해 영화를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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