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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픽사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이 서사를 표현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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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사의 훌륭한 표현 방식이라는 건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런 종류인 것 같다. <소울>(2020)은 미래를 그리고 꿈꾸는 것도 좋지만 발 딛고 서 있는 이 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직접 발화하지 않는다. 그냥 보여준다. 중학교 음악 교사 '조 가드너'는 하프 노트 재즈 클럽에서 열리는 쿼텟 공연의 임시 피아노 연주자로 뽑히게 된 바로 그날 열린 맨홀에 빠져 죽는다. 그건 그냥 운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합격 소식을 들은 '조'가 기쁨에 겨워 뉴욕 도심을 주변을 살피지도 않고 전화를 하면서 걸었기 때문이다. 맨홀에 빠지기 전에도 그에게는 몇 번의 위험이 더 있었고 그때는 다행히 위험을 피했지만 어느 순간에는 피할 수 없는 위험이 찾아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는 운이 없어 열린 맨홀 앞을 걸어가느라 죽었던 게 아니라 앞을 똑바로 살피지 않았기 때문에 죽었다. 이 부주의한 죽음은 '나는 아직 죽으면 안 된다'라는 그의 '머나먼 저 세상' 직전 관문과 '태어나기 전 세상' 내에서의 행동 동기를 낳고, 이 부주의한 죽음의 이미지는 먼 곳만 볼 게 아니라 가까운 곳 좌우를 잘 살펴야 한다는 걸 보여준다. <인사이드 아웃>(2015)과 <코코>(2017)를 반쯤 섞어놓은 듯한 <소울>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 세계와 그것을 계속해서 꾸기 위해 돌아가야 할 세계 사이에서 중요한 건 꿈이라는 목적 자체가 아니라 거기에 이르는 길을 잘 걸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고. (2021.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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