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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환경에 식물이 뿌리를 내리는 과정은 가족이 낯선 곳에 정착하는 과정과 닮았다. '여기가 확실하다'라고 믿었던 곳이 정작 물을 다른 데서 끌어와야 할 만큼 비옥하지 못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리를 잘못 찾으며 또 어떤 경우, 아니 많은 경우에는 불가항력적인 일들이 시련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미나리>(2020)가 사적인 이야기를 바깥으로 끄집어내는 과정은 오직 그 작고 고유한 세계에 머물기를 택함으로써 일어난다. 영화 속 대부분의 일들은 지역 사회가 아닌 가족 구성원 안에서 일어나며, 그것은 감독의 유년이었을 '데이빗'의 시점이면서도 그의 성장을 지켜보고 함께했을 가족 모두를 보듬는 방식으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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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한 번 본 것이 오늘이었고, 어떤 대사 한마디를 다시 듣기 위해 어느 날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어 졌으며, 대사 전체를 모두 다시 보고 듣기 위해 영화를 또 어떤 때에 한 번 더 만나고 싶어 졌다. 그러면 총 세 번. <미나리>에는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이 각기 다른 인물에게서 반복해서 발화되는데 그것 역시 총 세 번. 그거야 물론 단순한 우연이겠지만 개인의 역사를 낭만적으로 보지 않으면서도 능히 보듬을 줄 아는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영화의 처음과 영화의 끝이 생생해서, 과정 역시 속속들이 제대로 기억해두고 싶다. 이것을 '데이빗'의 <우리집>, 아칸소의 <남매의 여름밤>이라 불러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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