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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너의 결혼식' 짧게 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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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2018)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이긴다. 사랑과 삶은 언제나 그렇다.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사건이 닥쳐오더라도, 수평선 너머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을 사랑은 능히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항해를 이어갈 수 있게 목소리로 다가온다. 다른 누구에게도 보이거나 들리지 않지만 나에게만은 분명히 존재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의 포기할 뻔했고 주저앉기 직전이었던 어떤 삶을 다시 살아보게 만들었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징표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존재를 이 삶에서 믿어보게 하는 영화다.


<너의 결혼식>(2018)


지나간 것들이 끝내 나를 성숙하게 했음을 깨닫는 일은, 더 이상 그때가 내게 다시 있을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이루어진다. 그때서야, 나의 과거를 함께한 이들에게 웃어줄 수 있게 된다. 처음이라는 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면, 바로 그 단 한 사람에게. 처음을 찬미하는 건 그것을 신화화하는 게 아니라 그때가 불완전하고 미성숙했던 시절이라는 걸 인정하는 일이다. 사랑에 있어서 때가 있다면 단지 그것이 시작되는 것만을 일컫는 게 아니라 때로는 사랑을 계속해야 할 일, 수명이 다했음을 알고 애도해야 할 일, 혹은 모든 것을 걸고 지켜내야 할 일, 그런 것들에도 존재할 것이다. 앞을 다 안다고 생각하고 말지만 사랑을 할 때의 우리는 그걸 모르겠지. 끝이 나게 될지라도 그 사랑이 정말 아름다운 것이었다면, 한 사람과 받은 사람 누구든 그의 삶은 한 뼘 더 자라 있을 것이다.


(2018.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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