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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녀가 주인공인 작품을 볼 때 내가 하게 되는 두 가지 생각이 있다. 하나는, 남중-남고를 거친 내가 결코 온전히 알 수 없고 또 이해한다 말할 수도 없을 어떤 상황이 어떻게 그 작품의 언어로 내게 다가올까 하는 궁금증이다. 다른 하나는, 성별 정체성을 떠나 10대와 같은 특정 시기에만 겪을 수 있고 가능할 법한 어떤 상황을 그래도 나는 편린적인 것이어도 일부 헤아릴 만하지 않을까 싶은 기대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를 보면서도 나는 그 두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다행이었다. 좋은 영화는, 인종과 성별에 어떤 스테레오타입화를 시도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온당한 방식으로 행하며, 또한 사랑에 관한 좋은 영화란 '첫사랑은 이런 거야' 같은 훈계 따위는 고려조차 하지 않는다. 그때 이 이야기를 겪은 이런 사람이 있었어. 너는 어때? 은근한 말걸기로 충분하다. 이 영화는 국내에도 동명으로 출간된 원작 소설이 있는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같은 콘텐츠들을 볼 때 늘 느낀다. 상업영화가 가벼운 이야기를 담고 있어도 착상과 기획은, 나아가 좋은 태도는, 그것을 충분히 좋은 작품으로 만든다. 투자와 손익이 앞서는 순간, 그저 예상 가능한 흥행 요소를 담은 기획 상품으로 전락한다.
(2018.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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