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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인 선택은 단 하나, 전진입니다."
(Captain, there is only one logical direction in which to go: Forward!)
[영화 <스탠바이, 웬디>(Please Stand By, 2017), 벤 르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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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코타 패닝이 주연한 영화 <스탠바이, 웬디>(2017)는 ‘좋아하는 것에 관해 쓰는’ 영화다. 세상에, 좋아하는 것에 대한 영화도 쓰는 것에 대한 영화도 아니고 둘 다에 대한 영화라니! 자폐가 있는 ‘웬디’는 <스타트렉> 시리즈를 아주 좋아해서 그것에 관해 이야기를 상상하고 생각하고 쓴다. 우연히 본 제작사의 시나리오 공모전 포스터. 몇 날을 거쳐서 쓴 수백 장의 원고를 들고 ‘웬디’는 날이 밝기도 전 집을 홀로 나선다. (정확히는 미처 닫지 못한 문 밖으로 따라 나온 반려견 ‘피트’와 함께.) ‘저 사거리 넘어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지 마’라고 보호자에게 들었던 그 사거리 횡단보도를 똑바로 걸어서, ‘웬디’는 버스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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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웬디’가 <스타트렉> 시리즈를 열렬히, 그리고 계속 좋아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상황은 시작 자체가 예상 밖의 난관이다. 제작사에 시나리오를 보내야 하는데 우편 접수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서 직접 찾아가야 하는 것이 그 첫 번째다. 어렵사리 버스에 탔는데 반려견을 몰래 데리고 탄 것이 발각되어 중도 하차를 당하고, 누군가에게 지갑을 빼앗기기도 한다. 이런 일들 가운데 ‘웬디’가 생각하는 건 오로지 “시나리오 제출해야 하는데… 오늘까진데…” 하는 마음이다. 경로가 바뀌고 수중에 돈이 없고 배가 고프더라도 ‘웬디’에게 주어진 선택은 오직 두 눈 뜨고 ‘피트’를 안고 시나리오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https://brunch.co.kr/@cosmos-j/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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