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무궁화 꽃이 피던 날’)부터 거의 절반에 가까운 참가자를 대거 탈락시키고, 어떤 이유로 인해 게임이 중단되었다가 재개되는 과정을 보면 소위 ‘데스 게임’이라는 장르 자체에는 중대한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은 것처럼 보이는 면이 있다. 그러니까 [오징어 게임](2021)은 참가자들에게 지급되는 삶은 계란과 사이다, 혹은 양은 도시락이나 구슬치기처럼, ‘기훈’(이정재) 세대와 그 전후 세대가 가지고 있을 법한 향수를 자아내는 데 주력하면서 막다른 곳에 내몰린 이들이 가지고 있는 사연과 변화에 시선을 둔다. 후반으로 갈수록 게임 자체의 오락성에만 골몰하지 않고 드라마적 요소에 공을 들이는데, 결국 이 분야의 작품이 주는 긴장감이나 오락성도 상당 부분은 캐릭터를 얼마나 잘 만들었는가 하는 데에서 나오니 그러한 선택은 수긍할 수 있다.
몇 단계의 게임을 거치며 돈이 절박하게 필요하던 인물이 호스트를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하게 되기까지의 변화를 생각해본다. 자본력을 시각적으로만 과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 준수한 연출에 비해 캐릭터 조형과 활용 등의 면에서 각본 자체는 그를 잘 뒷받침해주지는 못하는 구석이 있지만, 국내에서 거의 시도되지 않던 분야의 개척이라는 면에서는 다음 시즌을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오징어 게임]은 최근 실적 전망에 있어 ‘우려’가 있던 넷플릭스에게 좋은 전기를 마련해주었기도 한데, 그보다는 유사 장르 작품을 더 많이 접해왔겠으나 ‘한국적’인 고유 설정에 대한 이해도나 공감대 면에서는 로컬과 차이가 있을 영미권 언론과 평단, 시청자들 사이에서 고르게 호평이 나오고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https://www.netflix.com/title/8104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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