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여러 이유로 다 철수했지만 <곡성>(2016, 폭스)이나 <밀정>(2016, 워너)처럼 할리우드 직배사의 한국영화 제작, 투자, 배급이 활발했던 시기가 있었다. 부분적으로 투자했던 건 <박쥐>(2009, 유니버설), <황해>(2010, 폭스) 같은 경우가 있고 본격적으로 로컬 프로덕션이 생겨난 건 <런닝맨>(2013, 폭스), <슬로우 비디오>(2014, 폭스)부터였다. 이 흐름은 워너브러더스가 배급한 <조제>(2020)가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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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흐름은 콘텐츠 기획과 제작의 다양성 면에서 긍정적이라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이것을 넷플릭스가 하고 있다. 그러니까 국내에서는 시도되지 않았을 기획들. 온전히 창작자에게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은 많은 경우 콘텐츠의 다양성과 질적 완성도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근래의 예를 들자면 <싱크홀>(2021) 같은 작품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시장에서 장르의 틀을 깨거나 대중성이 검증되지 않은 소재를 시도하는 일은 '잘 되는 기획'에 안주해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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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넷플릭스로 공개된 [고요의 바다](2021)를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봤다. 최항용 감독 자신이 2014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 작품으로 만들었던 동명의 단편을 기반했다. '사이언스 픽션의 불모지에서 이런 작품이 만들어졌다'라고 긍정적으로만 볼 작품은 아니겠으나, 실패에 가혹하고 되는 것만 하기를 사실상 강요하는 국내 환경에서 이런 기획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결국은 콘텐츠의 외연을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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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언포기버블>(2021) 공개 직후의 'The Hollywood Reporter'와의 인터뷰에서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 산드라 블록은 넷플릭스에 대해 "They're good to artists. They're good to filmmakers. If it wasn't for Netflix, a lot of people wouldn't be working. Their stories wouldn't be told."라고 언급했다. 이 말에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일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지가 집약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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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또 적어보기로.)
https://www.netflix.com/title/81098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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