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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밖에서

슬픔 뒤의 소실점을 끝까지 바라보게 만드는 풍경: 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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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을 타고 난간에 기댄 채 멀리 절벽의 한 겹이 무너져내리는 광경을 보는 여인이 있다. 그는 지금 막 상실을 겪어내는 중이었다. 사랑을 위해 종교를 바꿀 만큼이었던. 영국과 파키스탄의 시차를 넘어, 테이프에 목소리를 담아 녹음하고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 사랑에 진심이었던. 그런 '메리'(조안나 스캔런)는 지금 도버 해협을 건너 프랑스 북부 던커크로,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중이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자신이 모르는 가족이 있었다고 한다.

영국 감독 알림 칸의 장편 데뷔작인 <사랑 후의 두 여자>(2020)는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을 비롯한 유럽 여러 영화제에서 각광받은 뒤 국내에서는 작년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었다. 올해에는 영국 아카데미(BAFTA)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조안나 스캔런) 수상, 작품상/감독상/데뷔작품상 노미네이트로 시상식 시즌의 주요 화제작 중 하나로 꼽힌다.

'메리'의 시점에서 죽은 남편의 숨겨진 가족 '쥬느'(나탈리 리차드)의 집을 찾아가고 그의 일상과 집안 곳곳을 의심과 호기심이 얼마간 섞인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을 <사랑 후의 두 여자>는 불과 90분의 짧은 상영시간 동안에도 세밀하게 공들여 관객에게 전한다. 기도를 하다가도 울음을 터뜨리고, '쥬느'의 집에 있는 남편의 흔적들을 보다 감정이 벅차오르는 순간들을 조안나 스캔런은 특유의 연기로 담고 있는데, 대사도 표정 변화도 없이 감정을 조절할 때와 어떤 순간에 이르러 직접 표현해야만 하는 순간을 이 1시간 반의 드라마에서도 완벽히 통달한 것처럼 보인다.

얼핏 이야기 구성은 그다지 새롭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면도 있다. '쥬느'의 집에 처음 찾아간 '메리'는 몇 번이고 "내가 아메드의 아내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을 연습했지만 정작 이삿짐 정리에 한창인 '쥬느'에게 인력사무소에서 보낸 청소부로 오인받는다. 마침 '쥬느'와 남편의 관계를 비롯한 몇 가지에 대해 더 알고 싶었는지 '메리'는 오인받은 김에 진짜 청소부가 되기로 하고 며칠간 '쥬느'의 집을 드나든다. 보기엔 청소와 짐 정리를 대충 하는 것 같아 보였는데 '쥬느'의 신뢰를 얻었는지 나중에는 아예 집 열쇠를 받고 자유롭게 왕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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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cosmos-j/1396

 

슬픔 뒤의 소실점을 끝까지 바라보게 만드는 풍경

영화 '사랑 후의 두 여자' 리뷰 | 여객선을 타고 난간에 기댄 채 멀리 절벽의 한 겹이 무너져내리는 광경을 보는 여인이 있다. 그는 지금 막 상실을 겪어내는 중이었다. 사랑을 위해 종교를 바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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