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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질문에서는 옳은 답을 얻을 수 없다"
위와 같은 대사에서 직접적으로 발화되듯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상업 영화의 틀 안에서 비교적 명확하고도 친절한 메시지를 주입하지 않는 화법으로 담아낸다. ‘지우’에게 ‘과학관 B103’에서 밤마다 수학을 가르치는 ‘학성’은 자주 “성적에는 관심 없다”라는 말을 한다. 그의 지론은 이렇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단지 공식만 외워서 그에 문제를 끼워 맞추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 문제를 골똘히 들여다보고 고민해야 하고, 사랑을 하듯 문제와 숫자를 가까이 두고 살펴야 한다.
이런 장면이 있다. 대뜸 칠판에 직각 이등변 삼각형을 그리는 ‘학성’. 높이는 ‘6’이고 밑변의 길이는 ‘10’이다. 이때 넓이는? 넓이를 구하는 공식에 의해(6*10/2) ‘지우’는 30을 답하고 ‘학성’은 이것이 틀렸음을 지적한다. 틀린 이유는? 문제 자체가 틀렸기 때문이다. 직각 이등변 삼각형이므로 밑변의 길이가 10이라면 이 삼각형의 높이는 6이 될 수 없고 당연히 5가 되어야 한다. 이것을 ‘학성’은 이 삼각형의 밑변이 지름이 되는 원을 그려 보여준다. (서로 다른 두 개의 반지름이 존재하는 원은 없을 테니까) 그렇다면 ‘출제자가 문제를 잘못 낸’ 것이라 하여 출제자를 탓할 것인가, 아니면 30이라는 답을 내놓기 전에 사고의 과정을 통해 이것을 지적해낼 것인가.
수업 시간에도 비슷한 화두가 있다. 마침 ‘지우’의 담임교사 ‘김근호’(박병은)도 수학을 담당하는데, 한 문제의 풀이를 두고 ‘지우’가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이의(‘n’의 값이 자연수인지의 여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음)를 제기하자 ‘근호’는 그건 출제자의 의도가 아니라며 틀렸다고 반박한다. 만약 수능과 같은 실전에서 한 문제에 대해 이를 계속 고민하는 순간 나머지 문제를 풀 수 있는 시간은 지나가버린다. 정해진 풀이를 외워 기계적으로 푼 사람이 문제 하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숙고한 사람보다 점수 자체는 잘 나올 것이겠지만, 인생이 시험으로만 결정지어지는 것은 아니겠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수학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과 화법은 이처럼 수험생이 아니어도 고민해볼 만한 삶의 태도에 관한 질문이다. 정답을 찾아내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학성’의 수학 강의는 “너의 살아온 삶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 봐”라고 말해주는 쪽에 가깝다. 겨울을 지나 봄의 문턱에서, 어떤 이들에게 이 말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상업 영화의 완급 조절과 대중적 화법
‘한지우’의 단짝인 ‘박보람’(조윤서)과 같은 조연 캐릭터를 활용해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자칫 엄숙하거나 진지해질 수 있는 영화의 주제를 담백하거나 유머가 있는 쪽으로 돌려놓는다. 기숙사 생활 경험자라면 공감할 만한 야식 반입에서부터 시작해 ‘학성’이 좋아하는 딸기우유에 관한 소소한 에피소드들은 117분이라는 알맞은 상영시간 안에서 극의 활력을 준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출신이 다르거나 주류에서 소외될 수 있는 캐릭터를 두고 그들을 동정하거나 연민하는 듯한 시선을 견지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몇 가지 소재나 배경(탈북, 사배자, 입시 등)들은 그리 깊이 있게 다뤄지지는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특별출연에 가깝지만 ‘지우’의 엄마 역을 연기한 강말금 배우의 출연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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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 쓴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 리뷰 '삶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수학자의 태도' 중에서
https://brunch.co.kr/@cosmos-j/1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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