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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머문 이야기

"머지않아 떠나야 하는 것을 잘 사랑하리.": 존 윌리엄스 소설 『스토너』(1965)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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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도 안 돼서 그는 이 결혼이 실패작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1년도 안 돼서 결혼생활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버렸다.” (107쪽)
“그는 자신의 소망이 불가능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이 그를 슬프게 했다.” (133쪽)
 
인생에서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는 희망. 운명적 사랑과 직업적 성공이 자신의 것이 되리라는 낙관. 이들은 종종 그것을 품는 이의 마음을 배반한다. 악한 이들이 승승장구하고, 수고가 인정받지 못하며,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 거스를 수 없는 것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윌리엄 스토너의 삶을 실패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
 
문학 작품에서 만나리라고 어쩌면 가장 기대하기 어려울 종류의, 누군가는 볼품없다 할 이 이야기가 오래 기억에 남는 건 마치 수십 년 뒤의 어떤 이의 불안을 예감한 것처럼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고 인내하려 하며 스스로 옳다고 믿는 가치를 굽히지 않고 내내 성실했기 때문이겠다. “생애 전체가 반드시 참아내야 하는 긴 한 순간에 불과”하다고 해도(9쪽), 스스로의 안에서 그 순간은 영원이 될지도 모른다. “그대 이것을 알아차리면 그대의 사랑이 더욱 강해져 머지않아 떠나야 하는 것을 잘 사랑하리.” 결국은 어딘가에 도착하고야 말 일생의 여정 내내, 어떤 이야기는 마치 이정표처럼 기억해 둘 만큼 하나의 태도가 된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낮은 위치에서도 스스로의 작은 기쁨과 위안을 터득하며, ‘소네트’가 울림으로 다가왔던 경이의 순간을 기억하고 그것을 실현하기를 평생 추구하거나 혹은 잃지 않는 것.
 
“그는 녹초가 될 때까지 즐겁게 온몸을 바쳐 일하면서 이 시절이 결코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과거나 미래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실망이나 기쁨도 마찬가지였다.” (351쪽)
“하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원한다면 그들을 무시할 수도 있었다. 세상의 모든 시간이 그의 것이었다.” (391쪽)

 

 

https://brunch.co.kr/@cosmos-j/1419

 

"머지않아 떠나야 하는 것을 잘 사랑하리."

존 윌리엄스 소설 『스토너』(1965)를 읽고 | 줄리언 반스가 2013년 『가디언』지에 기고한 글 [Stoner; the must-read novel of 2013]에는 존 윌리엄스가 자신의 에이전트 마리 로델에게 1963년 보낸 서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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