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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머문 이야기

이치조 미사키 소설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모모,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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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뻔한 말 같지만, 스토리텔러들은 저마다의 진심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야기에는 전하고자 하는 뜻과 마음이 있다. 어떤 이야기는 그것을 잘 전달해내지 못하고 어떤 이야기는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실패 혹은 효과적이지 못한 것으로 간주된다. 그렇다고 해도, 그 스토리텔러의 의도까지 폄하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2020)는『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2019)에 이은 작가 이치조 미사키의 소설이다. 간단히 말하면, 발달성 난독증을 앓는 소녀와 시를 쓰는 소년이 작곡과 작사를 함께하게 되면서 생겨나는 이야기를 다룬 청춘 로맨스 혹은 멜로드라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스미노 요루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5. 2017년에 영화로 국내 개봉) 혹은 넓게 생각하여 <지금, 만나러 갑니다>(2005. 2003년에 나온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함) 같은 작품들이다.

성인이 된 화자가 과거의 이야기를 회상하고 현재와 과거 시점의 여러 감정들이 교차한다. 판형을 고려하면 글자 크기가 작은 편은 아니어서 분량(367쪽)에 비해 빨리 읽히는 편이고 내 경우 완독에 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난한 번역과 제법 흡인력 있는 전개. 그러면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는 명작 혹은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의 반열에 이름을 올릴 만한 작품일까?

이 대중성 있는 그리고 지극히 일본 특유의 감성에 충실한 소설을, 걸작이라 칭하긴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의 가치가 깎아내려져도 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 후기에서 밝히든 이치조 미사키는 "인생은 아름답기만 하지 않으며 때로는 잔혹하고 때로는 괴롭다"는 것, 그리고 내면의 아름다운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퇴색된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확실히 존재한다"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사람은 또다시 앞을 보며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 이 이야기를 썼다. (366쪽)

최근에 '웹소설'에 관해 이야기할 일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순문학'이 아닌 것들은 문학으로서의 가치가 없는가? '장르소설'은 문학이 아닌 것인가? 이 세상 모든 이야기가 오랜 세월을 견디는 단단한 걸작이 되지는 못한다. 그건 너무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당대에 읽히는 이야기, 대중적이거나 소위 트렌디한 이야기, 라고 해서 특수성을 획득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건 국내의 소설과 에세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요컨대 '이런 이야기가 주는 울림이 있다'라고 생각하며 이 소설을 읽어 내려갔다. 아마도 몇 년 안에 이 작품이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짐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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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 -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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