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끼적끄적

사랑의 노래들

728x90
반응형

1. 주로 영미 팝 위주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가사에 집중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시를 읽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노랫말에도 관심을 가지려고 해왔던 것 같다. 돌아보면 오래 귓가에 남은 노래들은 많은 부분은 그것의 말들에 마음을 의탁하고 있게 되거나 잊을 수 없는 인상과 (노래 밖) 경험을 형성했거나 혹은 빠져들게 만드는 무엇이 거기 분명 있었다. 예를 들면 "Sometimes I wish we never built this palace but real love is never a waste of time"이라든가(Sam Smith, 'Palace', 2017), "Swear to be overdramatic and true to my lover"라든가(Taylor Swift, 'Lover', 2019), 아니면 "I heard from the heavens that clouds have been grey"라든가(Lady Gaga, 'Hold My Hand', 2022). 지나고 보니 이 말들은 다 사랑이었네. 문득 찾아오는 다정한 안부 연락에 그 하루의 지치고 피곤한 것들이 다 씻겨내리고, 사소한 안부에 위안을 얻기도 하고.

2. 그중에서도 휘발되지 않고 남겨지는 기록들에 대해 생각한다. 어느 해외 매체 조사에 따르면 유튜브에는 하루 72만 시간 이상의 새 영상이, 인스타그램에는 하루 9,500만 개 이상의 사진과 영상이 업로드된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그것들 중 극히 일부만을 경험하게 된다. <러브 액츄얼리>(2003)에도 인용되는, 사람들이 (테러로 인한) 마지막 순간을 예감하고도 증오나 복수가 아니라 사랑의 메시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냈다는 이야기는 20여 년이 지났다 해도 너무 뻔한 건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랑하고도 별 수 없이 기대게 되는 순간은 그런 불확실하고도 확실한 사랑의 말들이다. 회색의 구름들 뒤에는 실버라이닝이 있고, 사람의 마음은 언젠가 허물어질 것이어도 기어이 성채를 쌓아 올리게 만들고, 사랑에는 언제나 진심과 과몰입이 필요하다. 며칠간 제일 열심히 한 일이 (출퇴근길 등의) 음악 듣기였던, 예고 없이도 전해져 오는 인사에 피로가 가시기도 했던 한 주간의 별일 없는 기록. (2022.05.25.)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