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하고 엇갈리고 상처받더라도, 무너지고 깨어져도, 결국에 영영 미제사건으로 남게 되더라도, 넘어지고 일어나 다시 외치게 될 수밖에 없을 사랑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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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이 <헤어질 결심>(2022)이 처음이라는 걸 상기했다. (국내에) 같은 시기 개봉한 <탑건: 매버릭>(2020)과 함께, 서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것이 영화라고, 낯설고 이상하고 알 수 없는 세계에 무방비하고 확실하게 빠져드는 것이 영화의 경험이라고 앞다투어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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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식으로 무슨 영화를 보든 그것도 (형사적 관객이라 명명한다면) 언제나 매듭이 완결되지 못한 미제사건으로 남는다. 하지만 사람을, 세계를 사랑하는 온 마음으로 거기 뛰어들면 그건 오직 서로에게만 이해되고 받아들여지는 유일하고 내밀한 역사가 된다고 <헤어질 결심>이 말해주고 편집하여 다시 보여주고 번역하여 다시 들려주고 있었다고 느낀다. 수많은 간조와 만조들을 지나 셀 수 없는 토양과 바다가 거기 섞여버리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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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그리고 우리)는 자꾸만 죽은 이의 시점 쇼트가 되듯이 영화와 사랑에 빠지려 하고 타인에게 이해될 수 없는 방식의 그 사랑을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도 그 자리에 남아 지속한다. 그렇게 세워진 미완의 세계는 씻겨내려가지 않는다. 어떤 이가 말했듯 사랑에는 결심이 필요하지 않다. 사랑할 결심은 이미 하고 난 한참 뒤에야 그게 내려졌음을 깨닫고 헤어질 결심은 아무리 거듭해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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