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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내게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타국에서 찍은 영화라는 점으로 인한 언어 등의 이질감은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중심인물 중 하나인 ‘상현’을 연기한 송강호 배우가 현장에서 대사의 톤과 같은 것에 대한 일종의 자문역을 직접 맡았다는 이야기 덕분이 아니라, 부러 구어적이지 않아도 충분히 뜻하는 바가 느껴지는 시나리오 덕분이었다. ‘소영’(이지은)과 같은 일부 캐릭터에 대해서는 일부러 직접적으로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 쪽으로 짜여 있지만 후반부의 한 장면에서 등장하는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에서 직접 전해지는 것처럼 <브로커>의 이야기는 지극히 쉽고도 익숙해서 그에 대해 특별히 해석할 여지가 적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줄곧 ‘아기 수출’에 있어 세계 최상위권에 있었다. 미국 등 해외로 입양 보내지는 아기가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경제적 상황이든 혹은 미혼모(그리고 성폭력)에 관한 문제이든 여러 원인이 개입되겠지만 <브로커>는 이 문제를 사회 문제로서 적극 다루기보다는 영화를 구성하는 환경적 요소의 하나로 취급하는 듯 보인다. (가령, ‘미혼부’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에 관해서도 적극적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아기를 낳는 것만큼이나 낳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데, <브로커>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질문을 남긴다.
다만 낙태 혹은 인신매매 등 행동의 죄목을 그 경중을 묻거나 인물의 도덕성을 논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브로커>는 벌어진 일과 앞으로 펼쳐질 수 있을 미래의 가운데에서 인물 한 명 한 명이 어떤 선택을 하고 거기까지 얼마만큼의 고민과 아픔 같은 것들이 있어왔을지를 천천히 헤아리는 이야기에 가깝다. 이것은 많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들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브로커>에는 "우성을 버린 건 (...) 때문이었잖아"라고 헤아려주는 시선과 "그래도 버린 건 버린 거야"라고 자각하는 태도가 공존한다. 다시 말해서, <브로커>는 "낳고 나서 버리는 일"과 "낳기 전에 죽이는 일" 중 어느 쪽이 더 나쁘거나 덜 나쁜지 묻는 영화도 베이비박스라는 소재에 대해 적극적인 주장 혹은 태도를 전하기 위한 영화도 아니다. 그저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지켜낸 아이야"라고 한 아이에게 말해주기 위해서, 혹은 "태어나줘서 고마워"라고 모두에게 말해주기 위해서 쓰인 영화로 느껴진다. (앞에서 언급한 장면에서는 이 대사가 그 공간 안의 모든 인물을 하나씩 지시하며 발화된다) 그것 또한 많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들이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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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cosmos-j/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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