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내지는 배경을 여러 가지로 짐작할 수 있다. 막연한 반지성주의, 리뷰/비평에 대한 몰이해, 극단화/이분화된 문화 풍조, 문해력,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존중의 결여. 해당 영화평을 쓴 이에 대한 존중을 결여한 이들의 볼멘소리를 애써 귀담아 존중해주고 싶지는 않지만, 글쓰기를 10년 이상 해온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어차피 글이라는 건 본래 읽거나 쓰는 이들이 아니라면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쓰나 마나 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가령 황석희 번역가의 위와 같은 문장을 영화를 애호하는 많은 이들이 일독했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생각하지만, 읽지 않는 이들에게는 닿지 않을 것이다. 쓰는 일을 고집하는 이의 일종의 오만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그만큼의 고민와 숙고를 거쳐본 일이 없다면 바로 글이 매 순간 행하는 그 일을 온전히 헤아리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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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생각과 감정을 눈에 보이는 문자 언어로 풀어내기 위해 긴 시간 고민해 본 이가 아니라면, 타인의 리뷰, 비평, 20자 평을 볼 때 작용하는 건 그 사람의 의도나 맥락을 선해하려는 노력이 아니라, 오직 'ㅇㅇㅇ 평론가가 A라는 영화에 대해 평점 00점을 줬다' 같은 정량적/단편적 판단뿐이다. 영상도 빨리/건너뛰어/잘라 보는 세상인데 하물며 글을 '제대로' 읽을 리가 있겠는지. 영화가 능동적, 주체적으로 감상해야 더 잘 보이는 매체인 것처럼 글도 마찬가지다. 본인 취향"만"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리뷰가, 비평이, 글이, 이야기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이 있을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온라인상의 일부 사람들의 둔감한 발언이 전체 대중을 대변하지는 못하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타인과의 소통과 교류와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믿어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