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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머문 이야기

SF 작가 어니스트 클라인의 소설 '레디 플레이어 투(Ready Player Two, 2024)'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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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레디 플레이어 원>과 <레디 플레이어 투>
 
1편으로 큰 성공을 거둔 원작자 어니스트 클라인이 직접 집필한 속편은 그 존재만으로 세계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기 충분한 작품이었다. 태생적으로 속편은 전편과의 비교를 당하는 숙명을 타고난다. 그런 점에서 1편에서 어니스트 클라인이 각종 대중문화 레퍼런스를 방대하게 풀어나가는 방식은 신선하고도 기발했던 반면, <레디 플레이어 투>에서 그 이상의 레퍼런스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일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면도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그 영향력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톨킨이 자주 등장하고 그 서술 방식 또한 1편의 것을 답습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하나 중요한 차이점은 이제 웨이드 와츠는 트레일러 빈민촌에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청년이 아니라 오아시스 그리고 오아시스를 운영하는 GSS의 상속자라는 점이다. 에이치, 아르테미스, 쇼토와 할리데이의 상속 지분을 공평하게 나누었고 할리데이의 친구인 오그던 모로를 고문으로 위촉했으나, 이제 웨이드는 1편과 전혀 다른 인물이 되었다. GSS의 회장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인물을 그리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1편과 다른 캐릭터성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전편의 주인공 캐릭터에 익숙했던 독자라면 어쩌면 이 점은 당혹감을 줄 수도 있다.
 
4. 오아시스 신경 인터페이스(ONI)
 
“오엔아이넷이 출시된 초창기에 GSS 직원 중 일부는 오엔아이넷이 인기를 끌면 나머지 오아시스 구역들이 유령 도시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모든 사람들이 오아시스를 돌아다니며 직접 경험하는 대신 저장된 경험을 재생하는 데 치중할 것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오아시스는 여전히 오엔아이넷과 함께 번창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총사용 시간의 절반은 오아시스에서, 나머지 절반은 오엔아이넷에서 보냈다. 아마도 수동적인 오락과 양방향 오락 두 가지를 모두 원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인 듯했다.”(71쪽)
 
무엇보다 <레디 플레이어 투>의 핵심 토대는 전편이 보여준 가상현실 오아시스에서 한 차원 진화한 ‘OASIS Neural Interface‘의 등장이다. 오아시스의 개발자 할리데이는 ONI로 통칭되는 이 기술을 이미 개발해놓은 뒤, 자신의 상속자에게 그 시제품을 찾아내도록 한 다음 그것을 상용화 할 것인지를 직접 결정하게끔 설정해두었다. 단순히 손의 촉감을 느끼는 햅틱 정도가 아니라, 이 뉴럴 인터페이스는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미러]의 기억을 영상으로 저장하는 한 에피소드처럼 경험 자체를 뒤바꾼다. 또 하나의 새롭고 거대한 소셜미디어를 탄생시키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이 살았던 삶의 일부분을 다시 살아볼”(13쪽) 수 있게 해주고 다층적인 면에서 논의될 만한 화두를 제공한다. 소설 밖 우리의 삶에서는 가상현실이 일상화되지는 않았지만, <레디 플레이어 투>는 ‘우리의 삶이 실제로 이렇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지적 자극을 내내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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