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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최선의 각본이었을지 모르지만 최상이라 하기는 어려운
앞에서 이야기한 ‘페이즈 4’와 ‘페이즈 5’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건 그 이전 페이즈 작품들이 너무 열광적인 반응을 얻은 것과 비교되는 탓도 있지만 디즈니의 자체 OTT 서비스인 ‘디즈니 플러스’(디즈니+) 론칭과 맞물려 세계관의 크기를 너무 확장한 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극장 개봉 영화와 OTT 공개 드라마(시리즈)를 오가며 이전 주역들의 공백을 대신하려 애쓰듯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를 단기간에 투입했지만 COVID-19 확산 시기에 따른 제작 환경의 변화 탓인지 일부 시리즈를 제외하면 결과물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마블‘이라는 브랜드 자체에 열광하던, 어떤 작품이든 개봉만 하면 대부분 성공하던 시기를 지나면서 팬들의 기대치가 높아졌고 그와 동시에 세계에 처음 입문하기 위한 초심자 입장에서의 심리적 장벽도 높아졌다. <아이언맨>(2008)부터 시작해 영화 또는 드라마화된 마블코믹스 기반의 작품들 전부를 ’숙지‘하지 않으면 신작을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의무감이 아이러니하게도 페이즈가 거듭될수록 높아만 지는 것이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이 상황에서 ‘로건/울버린‘ 등과 같은 <엑스맨> 시리즈 캐릭터들을 활용해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어쩔 수 없이 또 한 번의 장벽을 만든다. 십수 년 전 폭스 영화에 등장했던 어떤 캐릭터를 지금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이미 ’디즈니-마블‘과 ’폭스-엑스맨‘의 오랜 팬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충실히 선행 학습을 한 경우가 아니라면) 과연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을까. 다수의 카메오 출연은 팬 서비스 차원에 충실한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마블은 그래도 마블이구나‘ 싶은 감상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예를 들어 ’앞으로 더 ‘학습’할 작품과 캐릭터가 늘어나겠구나‘ 여겨지는 것이다. 애초 제임스 맨골드의 <로건>(2017) 이후 ‘로건’을 재등장시키는 기획 자체가 안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4. 다른 생각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전적으로 내 기준임을 전제하면서. 모든 영화와 드라마는 기본적인 설정과 등장인물 등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관람에 도움이 된다. 요리를 먹기 전 그것에 들어가는 재료나 조리법 등에 대해 (당연히 ‘공부’까지 갈 필요는 없다) 조금 알고 먹으면 더 잘 즐길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이는 비단 ‘수퍼히어로 장르’ 영화에 국한되지 않으며 코믹스 원작 영화에 한하지도 않는다. 역사 소재의 작품을 볼 때 마땅히 실존 인물에 대한 정보는 관람에 도움이 될 것이며 그것 역시 엄밀한 의미의 학술 공부가 될 필요는 없다. 때로는 그게 ‘위키피디아’ 내지 ‘나무위키’ 혹은 특정 유튜브 채널의 관련 유사 영화 또는 시리즈 전작의 줄거리 요약 정도라 할지라도 말이다. 다시 말해 코믹스 원작의 수퍼히어로 영화 특히 MCU 작품이 개봉할 때마다 일어나는 일종의 스포일러 경보 현상이 내게는 종종 의아한 측면이 있다. 특정 장르, 특정 세계관에 대해서만 ‘사전에 접하고 싶지 않은’ 정보의 기준을 극도로 강화한다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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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cosmos-j/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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