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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룹 채팅방 내에 속해 있는 우리 업계 종사자들 외에 연애방에 외부에서 유입되어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애'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서 입장한다. 입장 환영 및 공지 안내 기능을 하는 오픈채팅봇의 설정된 멘트 뒤에 따라오는 그들의 "안녕하세요" 뒤에는 일정한 이야기가 따라온다. 저마다 고민이 있다. 갖가지 사연을 들으면 안타깝기도 하고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거기에 저마다의 생각이나 코멘트를 들려주고 또 진심으로 시간을 들여 고민을 함께해 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전되고 나면 대체로 그 마무리는 이것이다.
<으쓱으쓱 어피치 님이 나갔습니다.>
그럴 수 있지. 나갈 수 있지.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닙니다 라고 규칙 정해놓은 것도 아니니까. '사정이 있으신가 보다' 하고 넘기기에는 위와 같은 패턴이 꽤 자주 반복된다. 피자 먹다 자는 무지 님이 나갔습니다. 돈다발 들고 좋아하는 무지 님이 나갔습니다. 베개를 부비적대는 라이언 님도 나갔습니다. 소심한 네오 님도, 신나는 프로도 님도, 아이스크림 든 네오도, 엄지척 제이지 들도. 각종 카카오프렌즈 들이 계속해서 들어왔습니다. 계속해서 나갔습니다.
여기서 걸리는 점은 마치 제 이야기처럼 고민을 함께 들어주고 진지하게 자기 생각을 전해준 사람들의 정성과 그에 담긴 시간이다. 한 사람은 단지 채팅방을 퇴장하면 그만이지만, '채팅'방은 문자 언어로 기록이 남는 공간이기만 한 게 아니라 거기 참여한 이들의 유무형의 흔적이 깃든 곳이다. 기존 사용자들이야 종종 해외여행 중 스마트폰 배터리 관련 등 사유로 들락거리기도 하지만, 새로 들어온 사람이 자기 이야기만 꺼내고 나가면 채팅방 내 사람들의 일종의 허탈함 섞인 반응들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자 어느새 새로 입장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다른 몇몇 사람들의 이런 언급이 따르게 되었다. "혹시나 채팅방 나가실 땐 미리 인사라도 한마디 해주세요~" 예의를 떠나 인사 한마디 하는 게 손해 볼 일도 아니고 사람 사이의 대화인데 최소한의 맺음이라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닐는지. 어떤 사람은 (이야기가 끝난 뒤) 거기에 "네~" 한마디 하고 나가기도 하고, 그 외 많은 사람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필요한 조언 등을 얻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간다.
'당부의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그 뒤 새로운 공지를 썼다. 그 일부는 다음과 같다. "이곳은 내 감정을 배설하기 위한 공간도, 필요할 때에만 찾는 공간도 아닙니다. 필요한 정보가 있거나 해결하고 싶은 고민이 있을 때에만 채팅방을 찾는 사람을 저희는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도움을 얻었다면 최소한의 인사와 감사 표시를 해주세요.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살며 사랑하며 매 순간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임을 헤아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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