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평론가 님이 본인 별점에 대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사람들 반응에 대해 여러 곳에서 자주 언급하시는 게 있는데 요컨대 "그런 사례도 많겠지만 맞지 않는 반대의 사례도 무수히 많다"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에 맞는 사례만 보고 "종교학을 전공해서 관련 영화에 좋게 평가한다" 내지 "한국영화는 어떠하게 평가한다", "별점 5점보다는 4.5점 준 영화가 더 재미있다" 식으로 판단하는 거예요. 영화가 수천 수만 편이고 무수히 다수의 사람들이 보는데 일정한 기준, 일정한 경향성이라는 건 있기 어렵다고 봅니다.
저는 이 건에 대해서도 딱히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실제 별점 분포나 경향성이 '이동진 평론가 별점 게재' 후 바뀐 사례가 많을 수 있는 만큼 그렇지 않은 사례도 아주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한 사람이 자기 평가를 수정하는 데에는 수많은 요인이 개입될 텐데 거기에 오직 유명 평론가 별점만이 변수가 되었을 거라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한 영화가 개봉 후 왓챠피디아 별점 등록 데이터 수가 몇 천 개에서 1만 개, 1.5만 개, ... 2만 개가 되는 동안 다른 변수들을 고려하는 대신 왓챠피디아에서 이동진 평론가가 팔로워가 많고 영향력이 있으니 평론가 평에 맞춰 사람들도 자기 별점을 수정했을 거라고 단정하는 건 저는 반박의 여지가 굉장히 많을 거라고 봅니다. 해외 커뮤니티나 평단에서도 개봉 초기와 일정 기간 경과 후의 분위기나 반응이 달라지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물론 그쪽도 영향력 있는 누군가의 평가에 사람들이 수긍했거나 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예컨대 개봉 초기에 일찍 본 사람은 그만큼 영화에 대한 기대가 컸거나 영화를 적극적으로 많이 소비하는 사람 내지 류승완 감독 팬 내지 기타 등등... 일 수 있고 나중에 본 사람은 상대적으로 캐주얼하게 오락적인 걸 선호해서 상대적으로 무거운 소재나 톤을 안 좋아할 수도 있다든지. 이건 예시로 아무렇게나 써본 말이지만 무엇이든 현상을 단순화시키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이건 유명 평론가의 특히 왓챠피디아에서의 영향력을 인정하는지 여부와는 상당히 다른 맥락입니다. 저를 포함해 어느 정도 그의 평을 신뢰하거나 혹은 동의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견해로 참고하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거기에 자기 평가까지 끼워 맞추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많다고 할 수 있을까요. 평가를 수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영향력이 있는 게 아니라, 영화 관람 후 생각을 넓히거나 대화하는 데 그 사람의 평가를 참고하거나 찾아본다면 그것도 영향력입니다. 누군가는 그냥 막연히 평론가와 비슷한 관점을 가진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수정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체로 그럴 거라고 단정하는 건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야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여겨집니다.
저는 모든 생각과 가치관을 그 자체로 전부 다 존중해야 한다고 믿지 않고, 특히 타인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주장에 대해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기 때문에 누군가가 읽기에 제 이야기도 결국 단정적이거나 공격적으로 비칠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여기 댓글 란에서 저는 최소한 245 님처럼 나름의 논지를 가지고 평론가 별점이나 다른 사람 평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면 이미 다 삭제되거나 신고되었거나.) 제가 느끼기엔 특히 지난 몇 개월 간 같은 주장을 했던 사람들의 댓글은 왓챠피디아의 다수 사람들이 자기 취향도 줏대도 없이 유명 평론가 별점을 맹신, 추종한다는 식의 비아냥 내지 조롱처럼 보였거든요. 물론 그중에는 그렇게까지 재단하지는 않은 단순 반응도 있었을 겁니다....만 적어도 왓챠피디아가 전부터 딱히 커뮤니티의 자정 노력을 안 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만큼 불편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나 여겨졌습니다. 과연 검증이 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왓챠피디아는 이동진 평론가 1인에게 휘둘리는 곳이다> 식의 주장이 무비판적으로 사실인 양 받아들여지는 건 딱히 바람직한 현상은 아닌 것 같아서요. 그럴싸한 주장이라고 판단하려면 최소한 별점 그래프를 개봉 직후부터 상시 보면서 특정 평론가 내지 인플루언서의 별점 게재 직후 분포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본다든지 무작위로 표본 골라서 평론가 별점 게재 전후로 별점을 수정한 사람들의 수 그런 거라도 봐야 좀 그럴싸하지 않을까요. 그것도 영화 한두 편이 아니라 충분한 수의 영화를 대상으로요. 그러기에는 세상에 영화도 즐길거리도 많은데 너무 시간 낭비 같기는 합니다. 평론가 평이 어떻든 그와 무관하게 그냥 자신한테는 자기 감상이 소중할 따름이니까요.
나름대로 읽고 쓰고 하는 동안 너무 소위 꼰대처럼 된 거 아닌가 싶기도 한데 저는 최소한 불특정 다수 혹은 누군가에게 보이는 댓글에 최소한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전달하려는 노력을 행하는 사람, 짧게 쓰더라도 신중함이 보이는 사람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고 더 존중하게 됩니다. 적어도 공개된 창구에서의 댓글은 혼자 쓰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상호 간에 오가는 거니까, 존중은 그럴 만한 태도를 가졌거나 그렇게 여겨지는 사람에 대해서 행해져야 하고, 다른 사람들을 매도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만큼 매도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제 생각도 어딘가 부족하거나 틀린 면이 있을 테니 그건 제가 숙고를 더 하든 공부를 더 하든 해야겠지만요.
불과 얼마 전에도 <퓨리오사> 때 댓글이었던가, 마치 한국사람들은 지적 허영을 갖고 싶고 있어 보이고 싶어서 있으나마나 한 평론가를 추종한다는 식의 주장을 익명의 비공개 계정이라고 당당하게 하는 분이 있었거든요. 그냥 가볍게 한두 줄 자기 생각 커뮤니티에 남기는 것 가지고 그 사람의 전부를 다 판단할 수는 없을 거고 모두가 진지하게 장문의 글을 써야 하는 것도 아니겠습니다만... 적어도 왓챠/왓챠피디아에서 10년 가까이 대댓글을 봐 온 입장에서는 일부이지 다 그러진 않겠지만 저런 댓글을 다는 몇몇 사람이 평론가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의 취향이나 의도를 그다지 잘 헤아리려고 노력한다는 생각은 딱히 안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앞선 댓글에서는 제가 다소나마 단정적으로 이야기한 부분도 분명 있을 테니 저 또한 앞으로도 의견을 말할 때는 지적해주신 부분을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다소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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